‘푸른시대 만들기’ 동양일보 창사 30년에

조철호 시인, 동양일보 회장
조철호 시인, 동양일보 회장

 

[동양일보]‘이 땅의 푸른 깃발’ 동양일보가 창사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이제 서른 살 장년에 접어들었습니다.

인간의 유아기는 보호자가 있어야 안심이 되지만, 저마다의 얼굴과 신체의 생김과 성격이 드러납니다. 한 인간의 싹수를 보게 됩니다.

청년기엔 화장을 하지 않아도 예쁘고,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건강이 넘치는 싱그러움의 나이입니다. 이때의 하는 짓, 가는 길을 보면 한 인생의 장년기와 노년기의 삶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30~40대를 장년기라 합니다. 왕성한 활력을 바탕으로 이성과 지성과 영성의 심안心眼이 갖춰지는 때입니다.

이 장년기엔 의미와 상상력으로 미래를 그려야합니다.

현실을 직시하며 균형과 모험이 실행의 기본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건강한 문화의식으로 무장되어 시대의 존귀함과 삶의 가치 창출을 의무로 삼아야할 중요한 시기입니다.

불과 1세기를 살까 말까한 인간의 생애 중 절반에 해당하는 장년기가 이토록 중요한 시기임에 비하면, 한 언론사의 연치年齒 또한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1991년, 한국의 내륙 한복판인 충청도에서 ‘이 땅의 푸른 깃발’이라는 낯선 사시社是를 내건 동양일보의 출현은 여러 가지로 눈길을 모았습니다.

당시 모 정보기관이 동양일보 발간 준비가 알려지자 주주로 내정 돼 있는 청주의 몇 기업인들에게 주주포기 압력을 행사, 신문 발행을 집요하게 방해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민들의 호기심은 한껏 고조돼 있었습니다. 이미 신입사원 70여명을 뽑아 교육 중이던 창사준비에 비상이 걸리는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혹독한 산고産苦를 겪고 출생한 ‘동양일보’라는 새 신문 제호題號의 서체書體가 우리나라 일간신문에선 그 예를 찾을 수 없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체’여서 우선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1443년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1447년 최초의 금속활자로 찍어낸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에서 집자集字한 한글 고딕체 동.양.일.보는 570여 년 전에 고안된 서체라고는 믿기지 않는 감각적이고 안정감이 있다는 평가였습니다.

‘동양일보’라는 제호도 지역의 지명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지역일간신문의 범주를 벗어나 동양권역을 일컫는 것이어서 호기심을 증폭시켰을 것입니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CTS풀페이지네이션 전 공정 전산화시스템 으로 신문제작을 하여 한국 신문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창간과 더불어 한국 지역일간신문으로는 최초로 ABC신문잡지 부수공사에 가입하여 9만8000부 발행을 인증받는 등 최초-최고-최대의 수식어를 달고 다닌 동양일보의 자랑은 ‘철저한 촌놈신문’을 지향하는 지면구성이었습니다. 회사는 창간 후 3년간을 뉴스통신 제휴를 하지 않았기에 모든 기사를 모든 기자들이 단독으로 취재 생산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훈련하였습니다. 지면마다에 기획기사가 연재되도록 했고, 충청남.북도 와 대전의 시, 군을 나눠 지역기사로 메꾸는 섹션 판을 최초로 제작했습니다. 지금은 모든 신문들이 동양일보의 이 같은 지면 제작을 본 따 보편화 되었습니다.

동양일보는 창간 초부터 인문 교육과 문화적인 행사에 주력했습니다.

초등학교 4,5,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동양일보 만물박사선발대회>를 매년 봄 청주-충주-제천-옥천 등 4곳에서 학교장이 추천한 3000명을 대상으로 동시에 개최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소양을 고양高揚시키고자 했습니다. 각 시,군 순회<명사 시낭송회>와 <전국시낭송경연대회>등 시낭송을 생활 속으로 파급시키려는 행사도 매년 이어졌습니다. 중국 연변에서 매년 개최되는 <포석 조명희문학제>와 흙의 작가 이무영을 기리는 <무영제>, 1996년부터 올해 까지 25년간 계속된 <사랑의 점심나누기>는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과 그들의 자손들에게 ‘은혜에 보답하는 한국인’의 우정을 보여주는 행사였습니다. 4월이면 월드비전과 함께 충북도내 시,군을 순회하며 매년 6억~10억 원을 거둬 그 중 10만 달러씩을 에티오피아에 지원하여 교실을 지어주는 사업이었습니다.

철학하는 신문을 지향하며 <동양포럼>을 개설, 한.중.일 3국의 공동가치를 찾고, 철학하는 삶을 위한 지면을 대폭 할애하는 기획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창사 30주년을 기념하여 올 6월1일 개국한 유튜브 방송 <동양일보 TV>의 시청자 확대도 괄목刮目할만하여 기쁩니다.

돌아보면 헤일 수 없을 만큼의 특별한 기획력과 뚝심으로 동양일보 만의 지면제작과 지역을 일깨우는 사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이 같은 동양일보의 30년을 간추려 이 지역과 이 시대의 역사 기록을 남기고자 <푸른시대 만들기-동양일보 30년>이라 이름한 책자를 만들어 남깁니다.

우리의 염원은 동양일보가 훗날 한국의 문화유산이 되는 것입니다.

동양일보 전 임직원은 창사 30년을 맞은 오늘, 옷깃을 여미고 겸허한 자세로 섰습니다.

그리고, 동양일보가 이 지역의 대표언론이 되도록 성원하여주신 독자 제현께 삼가 큰 절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2021년 10월 12일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