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청주서부소방서 소방행정과 소방위
[동양일보]중국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꽌시가 없으면 출세할 수 없고 일이 잘 풀릴 수 없다. 개인의 능력에 반드시 꽌시가 붙어줘야만 성공하는 것이다.“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중국에서 불리는 꽌시란 ‘관계(關係)’의 중국발음으로 우리나라의 학연·지연·혈연 등과 같은 막역한 인간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꽌시의 전쟁>이라는 책은 중국의 어느 비즈니스맨의 사업과 연애에 대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중국에서 경매업체를 운영하는 장중핑이란 인물이며 중국 특유의 문화인 꽌시에 매우 능숙한 인간이다. 장중핑은 이를 이용하여 경매업무를 맡은 법관이 자신에게 일감을 주게끔 유도한다. 법관이 뇌물을 혐오하는 청렴한 관리라는 점을 고려해 장중핑은 그의 가족들에게 접근한다. 장중핑은 법관의 아들이 서예를 공부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알고 지내던 명성 높은 서예가를 소개해준다. 이로써 법관과 꽌시를 맺는데 성공하고, 그 대가로 법관은 장중핑에게 경매 한 건을 건네주기 위해 애쓴다. 이처럼 말 뿐인 부탁만으로 꽌시를 맺는 것이 어려워 여러 유형의 접대와 선물이 수반되는 것이 대다수다. 그래야만 적극적 실행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꽌시를 동원한다 한들 100% 성공이 보장되는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사람은 백방으로 꽌시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꽌시문화 척결을 위해 반부패 사정의 칼을 강하게 휘두르지만, 꽌시는 여전히 성행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꽌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11년에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명장면 하나를 예시로 들어보자.
경찰서에 끌려온 범죄자(최민식)가 수갑을 찬 상태로 형사의 빰을 때리면서 이렇게 큰소리친다.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내가 임마! 느그 서장이랑 밥도 묵고, 사우나도 같이 가고, 다 했어!”라며 경찰서장과의 ‘꽌시’를 들먹인다. 비록 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지만 오늘날에도 상급자와의 인연을 드러내는 민원인이 종종 보인다고 한다. 알고보면 정작 민원인과 상급자는 친분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대부분이지만, 이는 “한 번 눈감아 달라”는 의미가 담긴 청탁 찬스카드를 내밀어보는 것과 다름없다. 공직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제는 합심해 ‘꽌시‘를 배척해야만 한다. 남의 능력에 기생하는 비겁한 방법이 더는 통하지 않을뿐더러, 꽌시에 의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 당장 자신에게 되물어보길 바란다. ’나의 꽌시는 청렴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