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박사

이충호
이충호

[동양일보]●민족교육의 구조

1955년부터 다시 급속하게 발전하기 시작한 민족교육은 60년대에 들어와서부터 학교의 시설 면․내용 면의 충실을 계속해서 추진하여, 세계에 유례없는 외국에서 민족교육 체계를 완성, 일본 사회 가운데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귀국 운동의 고양이 일 단락짓게 되고, 이 급속한 재성장기에 상대적인 안정․성숙 시기로 옮아가자, 또 다른 커다란 벽에 봉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조선인 학교의 취학 자의 증가가 줄어지게 되어, 60년대 중반부터 4만 명 전후로 머무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이 벽을 어떻게 돌파해서 취학 자를 확대해 나아가는가 하는 것이 민족교육의 새로운 과제로서 등장해 왔다.

바꾸어 말하면 이것은 계속 일본 사회에 동화되어 가고 있는 사회라는 생활 환경의 두꺼운 벽을 돌파해서 동화에 파묻히기 쉬운 일본인 학교에 있는 조선인 청소년 한 사람 한 사람을 조선인으로서 남겨 두는 것은 오직 조선인 학교에 취학시키는 길밖에는 없었다. 그들을 그대로 남겨 두는 어려움, 즉 일본 사회의 동화 침투력이 재일조선인 청소년을 묶어두는 뿌리 깊은 요인으로 되어서, 그것이 조선인 학교 취하자 수의 증가를 억누르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분명히 조선인 학교 창설의 의의는 일본 사회에서 조선인 교육을 권장하는 점이고, 상징적으로 말하면, 일본 사회에 붙잡혀진 조선인 자녀들을 조선 사회 측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조선인 학교 운영의 어려움으로서 뿌리를 내린 것에서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어려움은 취학생 확대의 벽으로서도 나타났지만, 오히려 그 이전에 민족교육의 내부 구조를 독자적으로 부족한 근거로 작용하는 두 개의 민족 사회에 걸쳐서 운영되었고, 그 현실을 학교 운영의 모든 면에 반영시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공화국 교육의 일환으로 규정하면서도 공화국의 교육 운영 그대로를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고, 언제나 일본 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하고, 이 현실에 적합한 운영 형태를 독자적으로 창출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1965년 전후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서 그 교육의 독자적인 내실에 관하여 언급하여 살펴본다. 일본 사회 중에 조선인 학교를 경영하는 데 있어서 조선총련은 그 기본적 입장으로서 다음 두 가지 점에 두고 있다(재일조선인 민족교육 대책 위원회, ‘재일조선 공민의 민주주의적 민족교육 문제’ 1966년).

거기에는 외국인으로서 절도 있는 태도와 행동을 취하려는 배려가 있다.

즉 첫째는 “재일조선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민이다. 따라서 공화국의 교육정책에 따르고, 일본 사회 조건에 적합한 민족교육을 하고 있다.”

둘째는 “조선총련은 결성 이래 공화국의 대외정책에 근거하고, 일본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방침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주권을 존중하나, 학교 교육법에 따른 각종 학교 인가를 신청하고 이미 88교가 인가되었고, 미인가 학교에 대해서도 수속을 마쳐서 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즉 재일조선인은 일본의 주권을 존중하면서 일본의 사회 조건에 적합한 독자의 공화국 공민 형성의 민족교육을 권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공화국의 교육과 질적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말로서는 민주주의적 민족교육이 사용되고 있지만, 그것은 소위 재일조선인 교육이 맡은 독자의 과제를 체제화한 것임이 틀림없다. 이 점에 관해서 조선총련 제7회 전체 대회(1964년 5월)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우리들의 교육 사업은 재일동포에게 민족적인 자랑과 희망을 품게 한 숭고한 사업이고, 동시에 학생들을 통해서 부형들까지 교육한 애국 사업이다. 우리들의 교육 사업은 아직 우리 다음 세대에 선진적인 과학 지식을 습득시키고, 우리나라의 애국 전통과 문화를 가르쳐 주는 것에서 그들을 훌륭한 애국자로 조국 건설의 믿음직한 일꾼으로 길러 주는 일입니다.”



애국주의 교육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재일조선인의 현실에 맞춘 교육의 방향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인민에게 봉사하고 노동과 교육을 결합”해서 아이들을 사회주의 건설의 담당자로서 육성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 공화국의 교육 형태로 구별된 것이다. 재일조선인의 민족교육은 그것을 실시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일본에 사는 조선인은 비조선인화의 위기에 처해 있는 위에 다양한 사상․신조를 지니고, 아이들도 다양한 생활과 의식이 있으므로 그 가운데서 공통되는 것으로 교육도 통일해야 한다. 그 공통점은 애국적인 조선인의 회귀, 생활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말한 재일조선인 민족교육 대책 위원회는 그것을 형성시킬 수밖에 없는 재일조선인상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이다. 재일조선인 청소년에게 모국어로 교육하는 것은 그들을 훌륭한 조선 공민으로 길러내고, 일본을 포함 세계 각국 국민과의 친선과 연대의 정신으로 교육하고 있다. 민족교육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모국어인 조선어를 잘 배우는 것, 독립 국가 공민으로서의 민족적 자각과 자랑하는 것. 자신의 조국과 조국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일본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다. 그 때문에 학교에서는 국어와 역사, 지리 등의 과목이 중시된다. 조선어를 말할 수 있는 조선인이 되는 것, 자기 조국의 과거와 현재를 잘 알고 조국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일본 사회에서도 훌륭하게 생활하는 것과 동시에 조국에 돌아가면 조국 건설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 되는 것, 재일조선인은 자신의 자녀가 그러한 인간으로 되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와 같이 재일조선인의 민족교육은 공화국의 교육 노선에 따르면서도 그것과는 구별된 독자의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독자의 교육 목적이 있다. 그것은 애국주의 교육이라고 총칭되지만, 그 방침의 정당함은 지금까지의 민족교육 실천을 통해서 검증되고 있다. 조선인 학교 관계자는 확신을 갖고 증언한다(‘민족교육’ 편집부, ‘중등교육 시행 20주년을 맞는 민주주의적 민족교육’ 1966년 9월).



“애국주의 교육은 조선인 자제가 공화국의 청소년으로서 장래 조국 건설의 역사적 과제를 짊어지고 갈 사명에서 제기되고, 또 그것은 그들의 생활환경과도 깊이 관계되어 있다. 재일조선인 자녀는 모두 일본에서 태어나서 조국의 현실에 접하지 못하고 성장해서 바르게 민족교육을 받지 않으면 민족적 허무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례를 일본인 학교에서 배운 조선인 자녀들로부터 볼 수 있다. 그들을 통해서 말할 수 있는 중요한 결론은 조국과 민족에 대한 바른 사랑이 결핍된 때, 인격은 기형화한다는 것이다. 반면 조선인 학교에 의한 교육 경험은 조국과 민족에 대한 바른 애정의 형성이라는 것이 인간의 교육과 인격의 형성에 있어서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재일조선인의 민족교육 주제는 이상과 같은 애국주의 교육의 실현에 놓여 있다. 교육 내용도 그에 따라서 구성된다. 지금 인용한 문장은 “애국주의 교육은 교과의 지도를 비롯한 학교가 조직하는 모든 교육과정을 통해서 중심적인 위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된다”고 마무리 지워졌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과정 안, 교수 요령, 교과서 등이 작성된 것이지만, 거기에는 재일조선인 청소년에게 주어진 현실을 반영하고 적어도 3개의 측면이 통일적으로 달성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즉 첫째로 조선인으로의 자질을 회복시키고, 교육이 교육으로서 성립된 기초를 충실히 하는 것이고, 둘째로 그것과 동시에 현대 조선 공민으로서의 사상과 능력을 형성하는 것이고, 그 위에 셋째로 일본 사회 가운데서 생활해 갈 수 있는 지식과 태도를 양성하는 것이어서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공화국의 그것과는 다른 재일조선인 학교에 독자적인 교육 내용의 구조임이 틀림없다.

참고로 소·중·고의 1년간의 교과과정 안을 소개해 둔다. 아래 ‘표’에서 반복되는 것이지만, 이러한 교과과정 안을 통해서(표 참조)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첫째로 모국어 교육의 체득이라는 것이다. ‘민족교육’ 편집부는 모든 인용문 가운데서 이것의 의의를 강조해서 “모국어의 자유로운 사용과 모국어에 의한 민족교육의 시행은 오히려 모국어를 빼앗긴 재일조선인의 절실한 바람이고, 민족적 존엄을 지키는 단결을 강화하고 공화국 공민으로서의 자각을 갖고 학동들은 모국어를 통해서 사회와 자연의 발전 법칙을 인식하고, 자기의 의지와 감정을 교류한다. 학동들은 모국어를 통해서 비로소 조선 인민의 생활과 역사, 문화를 알고 그 계승 발전에 참여한다.

특히 일본이라는 생활환경 가운데서 모국어보다 일본어를 먼저 습득한다는 현상은 조금도 없고, 또 모국어와 일본어의 이중 언어생활을 피할 수는 없다. 따라서 모국어 교육은 애국심의 함양뿐만 아니고, 모든 교과 학습의 기초가 된다”고 전하고 있다.

다음에 조선 공민으로서의 사상과 능력이 교수 목표로 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1)사회주의의 조국을 사랑함 (2)조선 인민의 애국적인 전통을 깊이 알고 (3)조국의 평화 통일과 민주주의적 민족 권리 옹호라는 인민의 근본 과제에는 학생들도 그것을 자각함 (4)미국 제국주의의 본질을 알아서 그들과 싸움의 중요함을 알고 (5)자력갱생의 사상을 몸에 익히고 (6)조선인으로서의 도덕·품성을 가진 미래를 사랑함이라고 하는 6가지의 중요한 내용이다.

더욱더 이와 같이 현대 조선인으로 합당한 민족적 주체성을 형성한 것이야말로 역으로 일본 사회 속에서 조선인으로 살아갈 수가 있고, 또 이 입장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의 역사, 문화를 배워가는 것에 의해서 더 깊게 일본의 진실을 이해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참다운 한일 우호의 정신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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