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선 충북대 의대 명예교수

엄기선 충북대 의대 명예교수
엄기선 충북대 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최근 독도를 두 번 째 방문하였다. 특히 칼럼집필자로 동양일보의 초청을 받아 참가한 이번 여행은 뜻이 깊었다. 지난 해 처음 독도를 방문하여 큰 에너지를 얻어 간 기억을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어서다. 이번 방문은 동양일보의 창사30주년기념 워크숍을 겸한 것이어서 울릉도-독도-죽도를 가고 오는 동안 ‘다양’한 언론인과 필진을 만날 수 있었다.

생명과학자는 ‘다양성’이라는 말을 특히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생명과 다양한 생각이 만나면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생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본능이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번 여행은 그런 면에서 값진 경험이 된 것 같다.

울릉도 뱃길에서 우리 일행에게는 벌써 동료애가 생겨버렸다. 바닷바람에 너울이 심하게 생겨 배를 타자마자 동고동락을 해야 하는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서로 만나 이야기를 트기위한 예비 시간도 충분히 갖기 전에 한배를 타고 서로 멀미 걱정을 해주게 된 것이다.

중간에 참가자 한 분의 어떤 이야기를 얼핏 듣게 되었는데 ‘동해’라는 명칭에 대해서였던 것 같다. 동해는 동쪽의 바다라는 뜻이니 이렇게 상대적인 위치의 용어보다는 ‘한국동해’ 또는 ‘동한국해’가 좋지 않겠느냐는 견해였고, 그 말씀을 충분히 이해하며 나의 경험도 덧붙였다.

기생충 이름으로 생긴 한일 간의 미묘한 신경전에 관한 이야기인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것으로 연어 회를 먹고 감염되는 촌충이 하나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어로 ‘니홍카이열두조충’이라 칭한다. 여기서 ‘니홍카이’는 한자로 쓴 ‘일본해’를 일본식으로 읽은 것이다.

이 기생충이 실은 동해를 사이에 두고 한일 간에 공유하는 기생충이라 우리나라 연어가 일본 북해도 쪽으로 빠져나가서 저 멀리 태평양-알래스카까지 한 바퀴 돌아 성충되어 결국 우리나라 동해안 까지 되돌아오는 것이니 이 기생충의 모양과 유전자에는 실질적인 차이가 없겠고, 당연히 국적도 없는 것이겠다.

아무튼 그러나 기생충의 명칭에는 나라마다 고유한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기생충의 우리말 작명은 당연히 우리나라 학자의 몫이다. 필자는 이 기생충을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에서 발견하고 ‘동해열두조충’으로 작명-등록하여 표준어로 만든 바 있다.

저녁에 이 분이 ‘지명연구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한국동해열두조충’ 이나 ‘동한국해열두조충'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작명을 할 때에는 동양일보 선배 칼럼니스트의 의견을 필히 경청해야겠다고 마음 먹어본다.

동양일보와는 2020년 ‘기생생물세계은행’을 설립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기생생물’이라는 용어가 약간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서 이것이 곧 ‘기생충’이고, 영어로는 한 단어, ‘parasite’라는 소개를 하다가 어떻게 고정 칼럼을 쓰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특히 창사 30년을 맞아 신설된 ‘동양일보 tv: ‘사람풍경’에서 “기생충학에 한 획... 기생생물세계은행”이라는 제목으로 조철호 회장님의 인터뷰에 초대되었는데, 울릉도를 거쳐 독도로 가는 배안에서 관련된 창립일화를 듣게 되면서 더욱 더 가깝게 느끼게 되었다.

동양일보TV의 제작정신, ‘평범한 사람들을 빛남을 위하여’가 특별히 느껴지는 것은 우리 집 가훈 탓인 것도 같다. ‘생활은 평범하게, 생각은 비범하게’가 가훈이라서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인연이 있었다는 것을 찾게 된 것이 이번 여행이었다. 동양일보와 나의 인연은 2년이 아니라 실은 거의 20년 되어 간다는 것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 것이다. 필자는 한참 나이에 마라톤을 몇 번 완주한 적이 있는데 동양일보 마라톤에 나는 이미 두 번이나 참가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일기를 찾아보니 2003년과 2004년에 연속 두 번을 참가하였다. 그리고 19년 된 지금까지도 즐겨 입는 이 티셔츠가 그때 메달과 함께 받은 기념품이었던 것이다. 이제껏 무심하게 입어왔던 그 하늘색 티셔츠에는 영문으로 이렇게 다닥다닥 붙여 써 있었다.

'THE5THDONGYANGILBOCHEONGJUMARAT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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