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 동양일보 제천기획위원·대영산업대표
[동양일보]동양일보 창사 30주년 기념을 맞아 워크숍으로 울릉도, 독도, 죽도 1박 2일 투어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처음엔 사실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곧 좋아하는 인생 명언이 떠올랐다. 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님의 말씀이었는데 그 명언은 다음과 같다.
‘살까 말까 할 땐 사지 마라. 말할까 말까 할 땐 말하지 마라. 먹을까 말까 할 땐 먹지 마라. 줄까 말까 할 땐 줘라. 갈까 말까 할 땐 가라.’
‘갈까 말까 할 땐 가라’는 그 부분이 마음에 꽂혀 결정을 내렸다. 급한 일정은 잠시 내려놓고 여행길에 오르기로 했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도 못가고 너무 오랫동안 몸도 마음도 지친 시기였다. 물론 책임져야할 일상의 일들을 미루고 떠난다는 것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그러나 울릉도 자연이 장관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에서 봤던 아름다운 울릉도를 떠올리니 매우 설레였다.
화산섬이어서 기묘한 절경이 가득하다는 울릉도. 바로 그 울릉도를 동양일보와 함께 떠난다는 점이 더욱 기대됐다.
새벽 3시, 드디어 대형버스를 타로 강릉항으로 향했다. 3시간 후 도착한 강릉항에서 담백한 초당 순두부로 아침을 든든하게 해결하고 나니 힘이 났다. 강릉항에 도착했을 땐 어둑어둑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와보니 어느새 밝은 해가 떠올라 있었다.
오전 8시, 강릉항에서 씨스타 11호를 타고 울릉도 저동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뱃길이 사실 편치만은 않았다. 생각지 못한 배멀미가 시작됐다. 눈을 감고 있어도 속이 울렁거리고 잠도 오지 않는데 3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것도 고역이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배는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니 언제 그랬냐는 듯 배멀미는 사라졌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푸른 빛의 바다와 좁은 협곡, 치밀하게 꽉 조여 있는 듯한 울릉도의 이색적인 모습에 드디어 일상을 벗어나 여행지에 와 있다는 실감이 났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1시간 40분 가량 배를 타고 이번 여행의 정점인 독도로 향했다.
독도가 어떤 섬인가.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던 ‘독도는 우리땅’의 주인공, 대한민국 정부 소유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돼 있는 우리 땅 아니던가.
울릉도에 방문한 많은 여행객들은 독도에도 꼭 들르려 한다. 하지만 바다의 사정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아 운이 좋아야 독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바람이 세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해 접안에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다행히 독도행 배는 출발을 알렸다.
드디어 독도 도착. 비바람이 불어 여유를 갖고 돌아보지 못한 것이 이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 못 올 독도를 둘러보니 남다른 감흥이 일었다.
아쉬움을 남긴채 다시 울릉도로 돌아와 독도 새우튀김, 명물 오징어 등을 먹으며 하루를 마루리했다.
다음날 아침, 도동항을 출발해 죽도를 투어했다. 큰 기대 없었던 죽도에서 생각보다 아름다운 경관을 만났다. 아름다운 죽도는 이번 여행의 백미였다.
재미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울릉도 여자들이 유난히도 팔뚝이 굵다는 소리를 들어 궁금해 물어보니 물이 너무 좋아 씻어도 씻어도 미끌미끌해 오래 씻다보니 팔뚝이 굵어졌다는 설이다. 울릉도는 공기도 좋지만 물 좋기로 유명한 곳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 여행이었다.
돈이 많으면 부자지만 추억이 많으면 인생승자라고 한다. 조금은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또 추억 하나를 쌓았다. 귀하고 소중한 추억은 사진이 되어 여러 해 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