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증평군청 인삼씨름단

올해 주요 4개 대회서 3개 장사 ‘그랜드슬램’ 달성
한 번 하기도 힘든 ‘천하장사’ 포함 통산 8번째
스피드·유연함 바탕으로 기술 몰아쳐 별명 ‘허리케인’
두 번의 부상 딛고 보란듯이 재기, 제2의 전성기 맞아

2021태안 추석장사씨름대회에서 백두장사에 등극한 김진 장사가 황소트로피를 안고 기뻐하고 있다.

[동양일보 김진식 기자]지난 9월 열린 위더스제약 2021 태안 추석장사씨름대회 백두급 결승전에서 증평군청 인삼씨름단 김진 (33)이 서경진(창원시청)을 3대0으로 누르고 백두장사를 차지했다. 김 장사의 올해 세 번째 백두장사 등극이다.

이로써 김 장사는 2021년 주요 씨름장사 4개 대회 (설, 단오, 추석, 천하장사)에서 선수라면 누구라도 목표로 삼고 꿈에 그리는 3개의 장사타이틀을 획득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그의 이력은 장사 한 번 하기도 힘든 씨름판에서 천하장사 포함 통산 8번째다. 이렇듯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금자탑을 쌓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 있었다.

김 장사는 인천 부개서초 4학년 때 교내 씨름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씨름부가 있는 인근 부개초로부터 스카웃 제의가 들어와 씨름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물론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어렵게 설득해 본격적으로 씨름에 입문해 승승장구하며 씨름명문 인하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 3학년 시절 샅바를 팽개치고 방황하며 현역에 입대해 씨름과 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시절 김 장사의 높은 기량을 눈 여겨 보았던 연승철 감독(증평군청 인삼씨름단)의 제안으로 2013년 8월 증평군청 인삼씨름단에 입단해 불과 9개월 만인 2014년 보은장사씨름대회에서 백두장사에 처음 등극하고 2014년 청양단오장사 씨름대회, 2016년 홍성설날장사씨름대회에서 연이어 장사 타이틀을 거머쥐고 백두급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많은 훈련과 경기출전으로 무릎부상이 찾아와 재활훈련으로 1년을 보냈다. 재활 후 두 번째 시합인 2017년 11월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서 모든 씨름선수의 꿈인 천하장사에 이름을 올렸다.

김진이 씨름판에서 돋보이는 것은 단순히 장사기록만은 아니다.

140㎏에 육박하는 백두급 선수가 스피드와 유연함을 바탕으로 쉼없이 몰아치는 경기방식에 주특기인 들배지기에 이은 안다리나 밀어치기로 몰아칠 때는 상대선수는 물론 관중들마저 숨을 죽이게 할 정도로 스펙터클하다.

한때 샅바싸움과 덩치만을 앞세운 선수들이 모래판을 지배하고 기술씨름이 자취를 감추면서 국민스포츠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던 민속씨름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인기 부활을 꿈꾸는 씨름계로서는 김진은 천군만마와 같으며 대한씨름협회에서도 강력하게 몰아치는 공격씨름을 인정해 경기 입장 시 허리케인이라고 닉네임을 붙여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천하장사 등극 후 고질적인 무릎부상이 재발하며 두 번째 시련이 닥쳤다. 오랜 재활훈련과 30대를 넘어선 나이 탓으로 재기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재활기간 더욱 이를 악물고 자신을 컨트롤 하며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영덕 단오장사대회, 그리고 올해 해남장사, 예천 단오장사, 태안 추석장사 씨름대회에서 백두급 정상에 오르며 재기를 넘어 화려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김 장사에게도 부담스러운 라이벌은 있다.

바로 영암군청 씨름단 장성우 선수로 경기방식이 유사해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로 꼽고 있다.

내달 천하장사 대회를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 장사는 “다시 한 번 천하장사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며 “다시 부상을 당하면 은퇴한다는 배수진을 치고 철저히 몸 관리를 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증평 김진식 기자wlstlr1220@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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