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축구선수' 지도철학으로 한국 축구계 돌풍 예고
강동대 우승권 진입 목표 등 프로팀 감독으로 축구인생 마무리

강동대 축구부 선수들

[동양일보 김성호 기자]한국청소년 대표, 멕시코 월드컵 대표, 올림픽 대표, 이탈리아 월드컵 대표, 슈퍼리그(현 K리그) 대우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 원년 멤버에다 1984년 아시아 올스타 선정, 1988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득점왕, 대전시티즌·동의대·대만 국가대표팀 감독.

'아시아의 호랑이'로 1980년대를 풍미했던 한국축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이태호 감독(61·강동대 레저스포츠학교 교수 겸 축구부 감독)의 화려한 이력이다.

한국 축구계에서 보기 드문 테크니션이자 골잡이이던 그는 불리한 신체 조건을 명석한 두뇌로 극복한 축구 천재요, 전설로 잘 알려져 있다.

이태호 강동대 레저스포츠학교 교수 겸 축구부 감독

 

차범근 감독이 한국의 '게르트 뮐러'라는 별칭을 붙여줄 정도였던 그는 1987년 4월 포항과의 경기 중 상대 선수의 발에 눈을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하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충북 음성군 감곡면 대학길 278 강동대에 둥지는 튼 뒤 '공부하는 축구선수'라는 지도 철학으로 또 한 번의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대전이 고향으로 고려대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은 그는 가능성은 많지만 중·고교 시절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 25명을 모아 2017년 강동대 축구부를 창단, 현재 각종 대회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며 한국축구계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저는 우리 선수들이 축구를 잘하면 좋겠지만 그 이전에 인성교육을 상당히 중요시해요. 운동선수 이전에 인간이 돼야 한다는 말을 선수들에게 자주 하곤 하죠. 선수들이 예의를 갖추는 것을 희망하고 있고, 또 그렇게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어요. (선수들이) 처음 학교에 와서는 오합지졸에다 다 개성들이 있으니까 (지도하는데) 좀 어려웠는데 지금은 선수들이 많이 협조하려고 하고, 팀을 위해 희생하려고 해요. 하하하"

축구선수이기 전에 학생, 그것도 대학생이라는 점을 강조한 그에게선 남다른 교육 철학과 열정이 뚜렷했다.

"운동선수도 공부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 선수들은 모든 학교 수업을 다 듣고 운동을 해요. 선수들이 외국어에도 관심이 많아 현재 영어 등의 집중 교육을 준비하고 있죠. 우리 선수 중 한명의 누나가 학교 쪽에서 영어 학원을 하고 있어 학부모님들과 상의하고 있어요"

그는 참 영리한 축구선수였다. 기술적인 면은 물론 경기에 흐름을 읽는 시야에서도 빠지지 않은 아시아의 호랑이였다.

"공을 차는 스타일에 있어 저는 세밀하고 정확한 그런 쪽을 (선수들에게) 중점적으로 요구해요. 잠깐 반짝해서 체력적으로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제가 그래도 선수생활 때 영리하고 정확한 축구를 했고, 또 이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 쪽을 선수들에게 요구하죠. 다만, 부족한 선수들은 이를 받아들이는데 시일이 걸리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좀 아쉬운 부분이죠"

강동대 축구부 선수들이 류정윤 총장 등과 함께 학교 본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동대 축구부 선수들이 류정윤 총장 등과 함께 학교 본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동대 축구부는 그의 지도력으로 차츰차츰 충북 대학리그를 점령해 가고 있다.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국 대학축구 1, 2학년 대회에서 전통의 명문 건국대를 4대3으로 누르며 돌풍을 예고하더니 얼마 전 마무리된 전국체전 충북예선에서 역시 건국대에 2대0으로 뒤지다 2대2 동점을 만들고 승부차기 끝에 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청주대와 결승에서 1대0으로 분패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매년 1승이 목표이던 강동대인 것을 감안하면 축구계를 뒤집어 놓기 충분했다.

지난해 홍현승의 성남일화, 김동욱의 한국철도, 조동규의 태국 프로팀 입단도 강동대 돌풍의 덤이다.

강동대 축구부를 우승권으로 이끌고 프로축구팀 감독으로도 다시금 활약하고 싶다는 속내는 내비친 그.

"40대 초반인 젊은 나이에 제가 프로팀 감독을 했잖아요. 사실 그때는 지도자라는 것을 잘 모를 때였죠. 하지만 오랫동안 지도자를 하고 이제 나이 60이 넘어보니 노하우가 많이 축적됐어요. 강동대 축구부가 어렵게 창단되고 교무처장님과 총장님이 많은 도움을 줘 지금까지 오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 팀을 우승권에 들 수 있게 해보고 싶어요. 축구인생 마지막은 프로팀 감독을 다시 한 번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죠"

외국 감독을 선호하는 한국 축구계 문화가 아쉽다면서도 월드컵 예선을 치르고 있는 벤투 감독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27일 강동대 운동장에서 이뤄진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대전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대전시티즌에서 선수 테스트를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김 부장님 나중에 식사한번 해요. 바빠서 먼저 갑니다. 하하하" 음성 김성호 기자 ksh3752@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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