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래 충북소방본부장
[동양일보]출근길 아침 공기가 무척이나 차다. 입김이 나오고 발을 동동거릴 정도로 추운 날씨 탓에 두터운 옷으로 중무장한 시민들이 눈에 쉽게 보인다. 하지만 소방관들에게 오늘 같은 날은 춥지 않은 날씨. 아니, 어쩌면 가장 뜨거운 날이 아닐까 싶다. 그 이유는 추운 날씨일수록 화재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충북소방은 지난 11월부터 대대적인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을 추진하며 화재 예방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언론보도, SNS 등을 통한 홍보활동과 다중이용업소를 대상으로 한 철저한 소방안전점검을 통해 화재를 예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24시간 겨울철 화재 발생을 대비한 완벽한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충북에서 발생한 화재발생 건수를 보면 2018년도 1,414건, 2019년도 1,594건, 2020년엔 1,523건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동절기 기간 중 발생한 화재 건수는 총 1,601건으로 전체 화재의 35.3%를 차지하고 있다. 화재 발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화기 취급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4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소방관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화기를 안전하게 취급하는 것이 화재로부터 안전한 겨울철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에 필자는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안전을 위한 몇 가지 당부를 하려한다.
첫째, 평소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전기ㆍ가스 및 화기취급시설 등에 대해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전기 전열기를 고온으로 장시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전기ㆍ가스난로 등을 켜 놓은 채 자리를 비우지 말아야 하며, 콘센트를 사용할 때는 문어발식으로 꽂아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가정이나 직장에서의 비상구는 유사시 생명을 지켜주는 유일한 대피로이기 때문에 통로나 계단실, 비상문에는 통행에 장애가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아파트 안의 대피공간과 경량칸막이에는 물건을 적재하여 통행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
셋째, 유사시를 대비하여 소화기 및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하자. 소화기와 단독 경보형 감지기는 주택화재 및 인명피해를 방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초소방시설이다.
넷째, 골목길에 무단 주·정차를 하지 않아야 한다. 화재는 발생 초기에 소화기 등으로 불길을 잡지 못하면 5분 정도가 지나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때문에 소방차의 신속한 현장출동은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소방차의 통행을 어렵게 하여 큰 화재로 이어지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위와 같은 당부들은 평소에 우리가 너무도 많이 보고 듣고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보고 듣고 알고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지키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화마는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날씨가 추워지면 독감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받는 것처럼 ‘우리 집은, 내 주변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미리미리 작은 관심과 실천을 통해 주위의 화재 위험 요소들을 제거하고 대비하는 ‘화재예방접종’을 실시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