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청주시 공원관리과 주무관

박은정 청주시 공원관리과 주무관

[동양일보]“엄마, 청렴이 뭐야?”

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함께 도서관에 갔었다. 요즘 궁금한 단어가 부쩍 많아진 딸은 수시로 모르는 단어의 뜻을 물어본다. 그날도 도서관 한 편에 있던“청렴”이란 단어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엄마? 청렴이 뭐야?”라고 딸이 물어보았다.“엉?...... 글쎄”,‘아... 뭐라고 말해야 하지?’

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늘 사무실에서 듣고 늘 강조하던 단어인데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아, 청렴이 이렇게 어려운 단어였나?’

내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깨끗한거?’‘정직한거?’

이렇게 말하면 ‘청렴한 청주’를 ‘깨끗한 청주’, ‘정직한 청주’로 알아들을 것이 분명했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가 없어서 나는 그냥 예를 들어 설명하기로 했다.“가현아, 엄마가 공무원이잖아, 공무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일을 해야 하는 거야, 누가 커피 한 잔 사준다고 해서 일을 먼저 처리해 주면 안 되는 거야. 그런 게 청렴이야.”그랬더니 딸은 알아들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아~”하였다.

공무원이 어떤 직업인지도 잘 모르는 아이에게 청렴에 대해 설명하려니 참으로 난감하였다.

그러고 나서 한참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청렴이 뭘까? 사전에 찾아보니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청렴이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였나? 싶은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청렴이란 단어의 뜻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지만, 초등학생의 눈에도 그 단어가 들어올 만큼 우리 공직자들이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청렴을 실천하기 위해서 자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시책을 만들어 추진한다. 청렴의 날도 운영하고, 계약 진행이나 각종 인허가 때 청렴다짐서약서도 교부한다. 그뿐 아니다. 공직자재산등록도 하고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도 하며 청렴교육도 늘 들어야 한다.

청렴과 관련한 많은 제도와 계획, 시책들 때문에 불평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다고 청렴해 지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본연의 업무도 많은데 너무 귀찮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나는 물론이고 우리 공직자들은 알 것이다. TV에서 일부 공직자들의 비윤리적인 모습이 많이 비치고 있어 안타까운 면이 있지만,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가며 점점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청렴”이란 단어를 어디에서든 누구든 쉽게 볼 수 있듯이, 우리 공직자의 생활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청렴함이 스며들어있다면 시민들이 인정해 줄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간단한 나만의 기준을 하나 만들어서 몸에 밸만큼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우리 딸이 언제 어디서든 “엄마, 왜 그렇게 했어?”라고 물어봤을 때 딸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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