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미영 수필가

민미영 수필가
민미영 수필가

 

가끔 그 사람에 대해 나만큼 아는 사람이 있는 줄 아냐고 자신에 찬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무슨 근거로 저렇게 말을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입원하여 재활치료를 받는 부인을 남편이 간병을 하는 분이 계셨다. 목욕은 기본이고, 손발이 되어 최선을 다해 돌봐주기 때문에 다른 분들의 부러움을 샀다. 퇴원을 앞두고 지역사회연계사업으로 보건소와 복지관를 안내했다. 치료가 필요하면 병원에 와서 외래 치료 받으면 되고, 요양보호서비스 받으니 요양보호사와 동네 한 바퀴 돌면 되기에 굳이 보건소 연계하여 서비스 받고 싶어하지 않았다.

보건소를 이용하거나 복지관을 이용하게 되면 일주일에 1회 정도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활동을 하는 것도 생활에 활력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하며 해 보고 맘에 들지 않으면 그만둬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이 사람을 제일 잘 알고 있는데, 이 사람은 누구랑 어울리는 거 싫어하고 내성적이에요. 나랑만 있어도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에요”

살짝 부인에게 물어봤다. “남편이 정말 우리 어머님을 가장 잘 알고 있나요?” 부인은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지며


“뭘 다 알아. 알긴. 내가 보건소나 복지관 이용하는 건 좀 더 생각해볼게요”라고 답했다.

남편으로서는 부인을 생각해서 한 말이다. 부인도 그걸 알고 있다. 말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타인에 대해 나만큼 잘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나도 나를 잘 모를 때가 있는데 타인이 나에 대해 얼마나 알까? 내가 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부로 그 사람에 대해 다 아는 듯이 말하지 않는다. 내가 볼 때 그런 면이 있다고 하는 정도이다. 나 또한 상대에 따라 내 모습이 변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도 한다.

어제 새로 입원하신 분은 왼쪽 편마비인데 기우뚱하면서 넘어져 고관절이 되어 충대에서 3주간 치료를 받고 오셨다. 편마비도 속상한데 고관절까지 오게 되니 심리적으로 위축도 되고 우울하며 불안하고 불면증까지 있었다. 사회복지사임을 알려드리고 심적으로 얼마나 속상하고 괴로울지 차분하게 이야기하자 사회복지사라 그런지 당신 맘을 잘 이해해준다며 고마워했다.

입원하게 되면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한 상담을 하는데, 간단한 질문 몇 가지를 하고 있자 남편이 와서 대뜸 "그 사람 오늘 입원해서 힘드니 그만 가주세요. 꼭 오늘 해야 합니까?"

환자분인 당사자는 괜찮다며 하라고 했지만, 남편이 워낙 강경하고 당장 해야 하는 일도 아니라 남편분의 의견을 존중해서 다음에 뵙기로 하고 나왔다.

아내가 아픔으로 인해 속상함도 있겠지만 그걸로 겪게 되는 본인의 일상이 무너진 것에 대한 분노는 아닌지…. 편안해 보이지 않았고, 짜증이 묻어났으며 피곤해 보였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솔직하지 못하다. 배우자 때문에 내 생활이 엉망이 되고 화가 나는 상황과 미안함, 죄책감. 등등 여러 가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과하게 반응하는 사람일수록 본인이 겪는 스트레스와 화를 타인에게 전가하며 나는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표현한다.

그건 본인에게도 당사자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말로는 위하는 것 같지만 편안하지 않은 태도와 표정은 오히려 더 상대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강조하는 원칙이 있다. 내가 주고 싶거나 가진 자원을 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욕구를 잘 파악해서 원하는 것을 더 나은 방향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나는 그 사람을 정말 잘 알고 있는 것일까? 한 번쯤 물어봐야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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