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범 전 제천교육장, 수필가

 
이성범 전 제천교육장, 수필가
이성범 전 제천교육장, 수필가

[동양일보]얼마전 손자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아침에 현관을 나서는 손자는 그래도 오늘이 초등학교 6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날이라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서운한 빛이 얼굴에 돌았다. 더구나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졸업식을 거행한다고 하며 할아버지, 오늘 학교에 안오셔도 돼요, 유튜브를 보시면 돼요 하면서 학교에 가는 그녀석의 뒷모습이 웬지 내내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나는 옷을 갈아입고 그래도 학교근처에 가서 유튜브를 차 안에서 보고 졸업식이 끝나면 교뮨에서라도 졸업하는 손자를 맞아야 하겠다하고 차를 몰고 학교에 도착했다. 아니, 그런데 큰일 났다. 아무리 코로나이지만 교문에 몇분은 꽃을 팔겠지 하고 학교에 도착했는데 웬걸 꽃을 파는 분이 한분도 계시지 않았다. 참, 당황스러웠다. 아참, 이럴 줄 알았으면 시내에서 아예 화원에서 꽃을 사가지고 올걸, 후회가 가슴을 짓 누른다. 이제는 너무 늦어서 꽃을 살러 갈 수도 없고 하는 수없이 졸업식 후에 교문을 나서는 손자 녀석한테는 무척 미안하지만 그녀석을 힘껏 안아주고 그간 수고했어요,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할아버지가 점심을 맛있는 거 꼭 사 줄게 하며 손자를 달래주기로 마음 먹었다. 더욱이 미안 것은 몇 몇 부모님들은 시내에서 꽃을 준비해 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후 교문을 나오는 손자녀석을 보며 지윤아, 졸업을 축하해 하며 안아주었다. 할아버지, 고마워요, 한다. 지윤아, 그래도 6년간 다녔던 학교인데 할아버지랑 교정에서 졸업장과 상장을 들고 사진한장은 남겨야 되지 않을까 ? 훗날에 그래도 영원한 추억의 사진일텐데 말이야, 할아버지랑 같이 들어가자 하니 그녀석도 그래요, 할아버지랑 같이 사진 한 장 찍지, 뭐 하며 우리는 교정을 다시 찾았다. 거의 학생들이 나간 후라 교정은 금새 조용하고 바람만 옷깃을 스치곤 했다. 그레도 나와 손자는 차안에서 내려 정든 교정을 배경으로 지윤아, 상장과 졸업장을 들고 할아버지를 바라봐, 웃어 봐 하니 그 녀석은 제법 포즈를 취하였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내심 미안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꽃을 준비해 올걸 말이다. 이렇게 사진을 찍고 차에 오르려고 하는 데 뒤 차안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아주머니 한분이 우리를 보자, 아니, 지윤아, 조업을 축하해, 할아버지셔요? 제가 할아버지와 지윤이랑 함께 사진을 찍어드릴께요 ? 하신다. 그러면서 차안에서 준비한 예쁜 꽃다발을 가지고 오셔서 지윤이에게 주며 졸업장과 상장을 펴고 할아버지랑 사진을 찍자하신다. 우리는 그분덕분에 예쁜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졸업장과 상장을 펼치고 사진을 잘 찍었다. 그러면서 그분은 지윤이는 공부도 잘하고 착한 학생이었지, 졸업을 축하해 , 할아버지도 안녕히 가세요 하며 인사를 하시고 가신다. 우리도 너무 고맙습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영원한 추억의 사진이 될 것입니다. 나 또한 정중하게 고마움의 인사를 드렸다. 차안에서 손자에게 물어보니 총어린이회장 어머니라고 한다. 그래 나는 다시 그 차를 찾아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어머니, 유튜브로 졸업식을 보았는데 총 어린이 회장이 답사를 참 잘 하던데요, 잘 키우셨습니다. 큰 일 하겠어요 하며 인사를 드리고 떠나왔다. 차를 몰고 오면서 내내 그 고마움이 가슴에 젖어든다. 내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꽃다발을 그분 덕분에 예쁜 졸업사진을 영원히 추억으로 만들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오늘따라 작은 배려가 더 큰 행복을 낳는다는 혹자의 그 말이 더욱 가슴에 깊게 저미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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