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 미술평론가

Nostalgia, 162.2×130cm (3 pieces), 캔버스 위에 혼합매체, 2021
Nostalgia, 가변크기, 나무판 위에 혼합매체, 2021

[동양일보]길 걷는 사람은 숨 돌릴 틈을 내야 한다. ‘제 작품 속에 평소 제 아픔과 생각이, 삶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이 싫어요.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읽히길 원해요. 직설적으로 이것은 이거야. 나 슬퍼! 이런 방식말고. 물론 저를 아는 사람은 제 작품을 보면서 애잔함 느끼겠지만, 예를 들어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보면 상처가 보이잖아요. 그렇게 직설적으로 보다는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원영미 작가(45)는 계속해서 최근 개인전(‘노스텔지아’, 한국공예관, 2021년)에서의 일화를 말한다. ‘오히려 이 작품을 보면서 연인들이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작품 앞에서 예쁘다고 마치 꽃같이 보인다고. 사실 예쁜 꽃은 아니지만. 밝아 보인다고 좋아했어요. 저는 깊은 우울함을 안고 작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 작품을 보고 아름답게 봐준다는 것이 무척 감사했어요. 그때의 기분은 참으로 묘했어요.’

13년 전 아버지를 먼저 여의고, 그 상실감에 병약했던 어머니마저 몸져누우셨다. 작년 어머니 마저 귀천하셨다. ‘남들은 그 긴 시간이 무척 힘들겠다 하지만, 엄마가 없으면 않됐어요. 저한테는. 어머니가 편찮으셔도 누워 계셔도 저에게는 큰 버팀목이고 든든한 의지였거든요.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여전히. 작년 개인전이, 49제가 지난 훨씬 후지만 그런 의미를 담고 있어요.’

대개 예술가의 붓질은 자기 삶의 물감을 찍어서 움직인다. 2005년 청주교대 대학원 졸업 후 지금까지 150여 회 넘게 꾸준히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하면서도 개인전을 갖지 못하다가, 비로소 2019년에 이르러 첫 개인전을 마련한다. 그 이유를 묻기보다, 2019년 연이은 첫 번째 ‘명상-The Road(숲속갤러리, 청주)’, 두 번째 ‘쉼-들여다봄(AP갤러리, 서울)’ 개인전의 표제를 통해 그녀의 삶과 마음을 느껴 본다.

작가와의 대화 속에서 특히 두 번째 개인전의 표제에 먼저 눈이 간다. 작가에게 작업은 ‘쉼’이고 그 ‘쉼’에서 자기 현재를 ‘들여다보는 쉼’이라는 읽기가 먼저 이루어진다. 필자는 그녀의 작가노트에서 ‘지금껏 나에게 삶은 ‘살아내다’였다.’라는 글을 보았다. 작가의 캔버스는 ‘숨 쉴 틈’이고 ‘숨 쉴 여지’라는 생각이 불현 듯 스쳤다.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고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 숨 가쁘게 달리는 와중에도 계속 달릴 수 있으려면 숨돌릴 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작가에게 작업은 쉼이고, 숨돌릴 틈이다. 그녀는 캔버스에서 숨돌리며 춤추는 별을 그린다.

작가에게 앞으로의 방향을 물었다. 좀 더 직접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도 있지 않겠나,. ‘조금씩 제 모든 것을 드러낼 것 같아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쉽고 빠르지는 않겠지만. 좀 더 제 방식대로 더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작년 전시를 요약해 달라고 주문한다.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남은 이가 받은 질문은 무엇이고 그 답은 현재 무엇인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라짐은 남은 이에게 고독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해요. 엄마가 나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었듯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이타적인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예요.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그러하듯이’
 

원영미 작가
원영미 작가

원영미 작가는...

충북대 서양화과(2002년) 졸업, 청주교육대학교 대학원(2010년), 한국교원대 대학원(2011년) 졸업, 한국교원대 대학원 미술교육학과 박사(2018년) 졸업. 개인전 3회, 단체전 150여회. 제5회 대한민국 수채화 공모전 입선 등 수상, 샛별초등학교 등 작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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