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영 진천군청 주민복지과 장애인복지팀장

정미영 진천군청 주민복지과 장애인복지팀장

[동양일보]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 오스트리아 스페셜 올림픽 참가(스노보드, 금․은메달 2관왕), 평창 하계 스페셜올림픽 인라인대회 참가(금메달), KBS TV프로그램 출연, 토크콘서트 게스트 초청.

얼핏 보면 얼마 전 폐막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중 누군가의 이력인가 싶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바리스타 3급 자격을 취득하고, 자기주장 발표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서예와 민화로 서화대전 등에서 여러번 입선한 경력이 있는, 말 그대로 다재다능한 팔방미인 그림작가 박정현씨 이야기다.

박정현씨는 출생당시 다운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일반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던 중 특수학급 선생님의 관심과 지도로 스포츠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은 동계스페셜올림픽 국가대표선수이자 그림작가로 다방면에서 재능을 뽐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씩씩하고 유쾌한 청년이다.

최근 전시회를 열고있다는 박정현씨의 소식을 접하고 ‹제8요일›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한 세일즈 맨과 다운증후군 남자의 브로맨스를 그린 영화인데, 극중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조지’ 역할을 맡은 배우 파스칼 뒤켄이 실제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더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박정현씨와 파스칼 뒤켄의 활약을 보면서 ‘장애란 무엇일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장애는 불편한 것 일뿐이라는 말을 쉽게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장애인을 그저 ‘불편함이 있는 사람’으로만 바라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기능이 약한 부분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달리기를 잘 못하는 사람, 산을 잘 못타는 사람, 컴퓨터를 잘 쓰지 못하는 사람, 언어구사능력이 부족한 사람 등등.. 그런데 우리는 사람들의 이런 약점은 편견 없이 바라보면서, 신체나 정신의 기능이 부족한 사람을 대할 때는 도움이나 배려가 필요한 약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복지법에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을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어린이집, 학교, 그 밖에 교육기관 및 공공단체에서 매년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교육을 필수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통해 우리는 장애감수성을 키우고, 장애공감문화를 조성하게 된다. 장애 유무를 떠나 ‘우리는 모두 사람이니까’라는 관점으로 포용사회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장애인식개선 교육의 목표인 것이다.

하지만 1년에 한 두번 의무적으로 하는 교육보다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도록 노력하고 지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사로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임산부와 노약자 등 모두를 위해 편리한 것임을, 장애인차량 주차구역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당연히 비워두어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노력하는 등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생활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을 배려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평등한 사람으로 대하며 타인의 약한 기능에 대한 공감과 이해로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다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개선은 절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서두에 소개했던 박정현씨는 현재 진천 공예마을 미술관에서 ‘엄마와 함께 특별전’이라는 전시를 갖고 있다. 나에게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예술적 기능을 박정현씨는 꾸준한 인내와 집중력으로 키워낸 것이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편견을 벗어 던지고 세상앞에 멋진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박정현씨와 그의 어머니 변옥희씨에게 온 마음을 다해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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