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60‧서원구 팔봉1리) 이장이 마을회관 앞에서 마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우식 기자)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팔봉리라는 지명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과거 청주에서 바라 봤을 때 산봉우리 8개가 보여서 팔봉리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고, 지금처럼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와서 동네 규모가 커지기 이전 동네 크기가 봉우리 8개 크기라고 해서 팔봉리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죠.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조용한 마을입니다”

봄철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의 모습(사진=김학준 이장)
봄철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의 모습(사진=김학준 이장)

 

김학준(60‧서원구 팔봉1리) 이장의 설명이다. 팔봉리에는 지난달 말 기준 175세대, 399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주력 상품은 생강, 고구마, 벼 등이다. 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대형 마트가 있고,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공장 등이 입주해 있어 조용한 전원생활을 즐기기 좋다. 이처럼 좋은 입지로 인해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섰고, 마을이 커져 결국 팔봉1리와 팔봉2리로 분리됐다. 마을 연령대는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층으로, 김 이장이 마을의 막내라고 한다.

가을이면 마을 도로 주변에 은행나무가 곱게 단풍이 물들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사진=김학준 이장)
가을이면 마을 도로 주변에 은행나무가 곱게 단풍이 물들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사진=김학준 이장)

 

팔봉리는 마을 뒷산인 팔봉산의 효과를 톡톡히 본다. 산에 있는 벚나무 자생지에서는 봄철 벚꽃이 화려하게 피어나고, 자연스레 조성된 이름 모를 들꽃들로 화려한 색감을 뽐내 그야 말로 ‘방구석 1열’에서 직관이 가능하다. 또, 마을 뒤편에는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데, 주민들은 고속도로 소음을 전혀 느낄 수 없다고 한다. 팔봉산이 자연적인 차음벽 역할을 해 전혀 차량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팔봉산 일대에 자생하는 벚나무 군락지에서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난 모습(사진=김학준 이장)
팔봉산 일대에 자생하는 벚나무 군락지에서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난 모습(사진=김학준 이장)

 

김 이장은 “생각보다 풍광이 좋아요. 곧 있으면 벚꽂이 필 시기여서 다들 꽃놀이하러 무심천으로 몰릴 텐데, 우리 동네에는 뒷산에 벚나무 자생지가 있어 나갈 필요가 없죠. 또 마을 조경사업의 일환으로 은행나무를 심어놔서 가을철에도 은행 단풍이 고와요. 팔봉산이 주변을 지나가는 경부고속도로의 소음도 차단해줘서 아주 효잡니다”라고 말했다.

팔봉 1리 마을의 모습(사진=신우식 기자)
팔봉 1리 마을의 모습(사진=신우식 기자)

 

조각과 관련된 볼거리도 풍성하다. 마을에는 한국 근현대 조각의 선구자인 조각가 김복진(1901~1940)선생의 생가 터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까지 흉물스러운 폐가로 방치돼 있었지만, 지금은 (주)오헨리(대표 오헨리)가 매입해 생가를 복원 중에 있다. 이 마을이 고향인 오헨리(61‧서울 강남구)씨는 은퇴 이후 이 곳에 조각품과 관련된 박물관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이처럼 살기 좋은 마을이지만, 최근 산단 조성 문제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남이면 일대에 복합 산단 조성을 추진하는 시민이 있는데, 산단 조성 부지가 주민들의 생활 터전인 농경지 위주로 예정돼 있다는 것이다. 주택 밀집지역은 전부 제외됐고, 보상금에 이장비 등이 추가로 발생하는 묘지가 있는 지역도 전부 제외됐다. 현재 이 사업은 시에 투자 제안서를 넣은 상태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 이장은 “보상비가 좀 큰 주거지역이나 묘소가 있는 곳은 전부 제외됐고, 농경지만 들어가 있어요.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인데, 이 계획이 추진되면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고 집만 남아있게 되는 거죠.”라며 “주민들과 함께 산단 조성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생활이 보장 돼야 개발도 되는 거죠”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청주여자교도소 팔봉리 이전 설’까지 돌면서 마을 분위기가 많이 침체됐다. 신우식 기자 sewo91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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