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현도중 야구부 '외인구단' 감독
11명 선수로 우승행진 기적...도전과 집념으로 명성유지
인문학 수업 등 공부하는 야구선수 육성
학교에 정식야구장 갖춘 최고시설...충북도내 유일
"시합 기회 열려 있는 현도중에 관심 이어지길"
[동양일보 신서희 기자]늦은 밤, 이른 새벽이 메인 훈련 시간이었다. 노력파 선수였지만 프로의 길은 막혔고 모교인 청주중을 시작으로 20여년간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열정을 제자들에게 쏟고 있다.
제자들이 후회없는 선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는 김영민(사진.42)현도중 야구감독이 11명의 선수가 전부인 위기의 상황에서도 우승행진을 기록하고 있어 화제다.
김 감독의 강점은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찾아내고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의 성장을 정의하지 못한다"며 "잠재적 능력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기본기만 잘 갖고 있으면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감독의 제자 중 오혁진(19)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 2학기때 야구를 시작한 뒤 현도중에 입학했고 달리기 등 기본적인 운동신경이 부족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오 선수가 손목힘이 좋아 타격에 재능이 보이는 것을 찾아냈다.
타격 중점으로 훈련을 이어갔으며 체육고 육상코치를 소개 달리기 레슨도 받게 하는 등 무한한 잠재력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청주고에 진학한 뒤 오 선수는 현재 4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아이들한테는 지도진으로서 희망을 줘야 한다"면서 "달리기는 졸업할 때까지 잘 안됐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아주 잘하고 있다. 이런 제자들을 볼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아이들을 끝까지 지켜보고 가능성을 찾아내는 가장 큰 이유는 후회 없는 선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우암초, 청주중, 청주기계공고 출신인 김 감독은 군 제대후 조성곤 선배의 권유로 청주중에서 첫 코치생활을 시작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명성을 떨치지 못한 후회와 아쉬움이 컸던 김 감독은 후배이자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컸고 지도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김 감독이 배출한 프로선수로는 변우혁(한화), 김동규(롯데), 김도윤(두산), 이태양(SSG),주현상(한화이글스) 선수 등이 있다.
김 감독은 2013년 10월 13명의 선수들로 창단한 이후 거의 매년 대회마다 우승.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성적도 홈런을 날리고 있다.
2014년 한화기야구대회 중학부 준우승, 2015년 U-15전국유소년야구대회 준우승, 2017년 46회 충북소년체육대회 우승, 2019년 충북교육감기차지 야구대회 우승, 2021년 충북야구협회장배대회 준우승, 2021년 50회 전국소년체전(충북)2차 평가전 준우승 등의 성적을 냈다.
특히 지난 4월 첫 주말 치뤄진 51회 충북소년체육대회 겸 전국소년체육대회 2차 평가전에서 이글스를 12:9로 잡아내면서 결증전에 진출해 세광중과 맞붙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3월 열린 충북야구 소프트볼협회장배 야구대회에서 8:6으로 이글스에 2점차로 패배한 현도중은 이번 대회의 12:9의 3점차 승리로 1차 평가전과 2차 평간전을 합산한 충북도 2위 자리를 지켜냈다.
대통령배 야구대회 출전권도 따냈다. 매년 이어가고 있다.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은 가장 힘든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한다. 자체연습경기조차 불가능한 현도중의 수적 열세 때문이다.
청주지역 유소년 선수들은 석교초에서 세광중, 우암초에서 청주중으로 가는 코스가 있다 보니 현도중까지 오겠다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는 것.
결국 전교생수가 32명뿐인 청주 현도중의 '외인구단' 선수는 3학년 8명, 2학년 3명 등 11명의 선수가 전부인 상황까지 오고 말았지만 승리에 대한 의지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충북에서 유일하게 정식야구장이 학교내에 설치돼 있는 등 좋은 시설이 있지만 외곽지역에 위치한 현도중에서 선수들을 수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작년까지는 30명이었지만 하고 싶은 아이들이 자꾸 떠나간다. 중간에 포기하는 아이들까지 생긴다. 감독으로서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씁쓸해 했다.
이어 "유소년 선수의 경우 덩치가 작아서 성장이 안보일지 모르지만 우리학교에서는 잠재능력을 찾아주고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팀에 40~50명의 선수가 있을 경우 선발 라인업에 드는 선수는 선발투수 포함해 10명이다. 나머지 선수는 시합도 못뛴다"며 "현도중은 시합에 바로 뛸 수 있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이점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외인구단 뿐 아니라 어진중학교 야구부에는 '공부하는 운동선수', '독서하는 야구선수', '낭만파 야구부' 등 수식어가 붙는다.
야구로 다져진 체력과 공의 움직임 등을 집중하는 훈련등으로 집중력과 지구력을 올려주니 공부 잘하는 운동선수 되기도 어렵지 않다.
현도중에서는 방학기간 동안 인문학 교실을 열거나 교내 북카페를 설치해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지성도 겸비한 운동선수로 지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준다.
실제 2년전 현도중 전교 1등 학생도 야구부였고 서울대를 목표로 청주고에 진학해 공부도 잘하는 야구선수의 꿈을 이뤄내려 노력했다.
김감독은 현도중 야구부의 활력넘침은 연정흠 교장, 천정희 교감, 박문선 교사의 아낌없는 야구부 지원으로 가능하다고 피력한다.
그는 "야구부 선수 모집을 위해 초등학교 팀에 연락도 해주는 등 선생님들이 야구부를 아껴주고 애정 가져주시는 게 감사하다"며 "가장 힘든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버틸 것이고 사회에서 꼭 필요한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끝까지 잘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신서희 기자zzvv2504@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