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압박·연준 긴축에 중국 봉쇄까지 부담 작용
경제전문가들 "저점 수준이지만 반등 낙관 어려워"

[동양일보 박승룡 기자]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 공포와 미국 증시 폭락 여파로 코스피가 10일 연저점을 뚫고 1년 반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수가 저점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완화 등 뚜렷한 반등 요소가 없으면 증시 분위기 전환은 쉽지 않다고 진단한다.

이날 오전 11시 1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39.44포인트(1.51%) 하락한 2,571.37이다. 장중에는 한때 2% 이상 하락해 2,553.01까지 떨어졌다.

지지선으로 여겨진 26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지난 1월 28일 기록한 기존 연저점(2,591.53)도 단숨에 뚫었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는 2020년 11월 20일(장중 저가 2538.68)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은 낙폭이 더 크다. 이날 오전 장중에 831.59까지 내리며 2020년 11월 13일(장중 저가 826.17)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인플레이션 압박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긴축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이어지면서 전날 미국증시도 기술주를 중심으로 폭락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주요 도시 봉쇄 지속도 경기 둔화 우려를 부추겼다.

여기에 개인이 빚을 내 투자한 주식의 반대매매 물량이 나오며 지수 낙폭을 키우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 하락으로 신용거래 담보금 유지 비율이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된다.

최근 외국인과 기관이 주가를 끌어내렸으나 이날 장 초반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매도 우위를 보이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가 급락했고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여전히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도 크다"며 "이 문제들이 중첩되며 시장이 급락하고 있으며, 국내 신용 물량이 출회되면서 낙폭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필두로 시장에 여러 악재가 겹친 만큼 당분간 증시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존 악재가 계속 확대 재생산되는 중"이라며 "인플레이션 심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가 있는데 이 두 악재가 언제 종료될지 예측이 어려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600선 이하는 과매도 국면이고 충분히 저점 매수 구간이라고 보기는 하지만, 반등하려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해야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봉쇄가 완화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현재 저점 수준에 근접했다고 보지만 전반적으로 긴축 등이 해결된 부분이 없다"며 "또 유가와 금리 등 자본시장 변수가 우호적으로 해결된 것이 없어서 지수가 많이 빠졌고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코스피가 현재 수준에서 낙폭을 더 키워 2500선 아래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투자정보팀장은 "국내 증시는 이미 펀더멘털 관점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밑으로 떨어져서 여기서 더 떨어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한국은 전 세계에서 PBR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여서 하방 경직성은 있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500선 하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지금 단기 언더슈팅(급락) 상태로 보고 있으며 불확실한 변수가 진정되면 안도 랠리가 이어져 3분기 전에 2800선 회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11일에 나오는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단기 증시 흐름을 좌우할 변곡점으로써 주목하고 있다.

황승택 센터장은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시장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조정을 받을 수 있고, 반면 낙관할 수만은 없어도 예상보다 결과가 좋으면 인플레이션 '피크 아웃'(정점 통과) 기대가 반영되면서 시장이 진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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