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유화 기자]부여읍에서 공주 방면으로 10여리 떨어진 고즈넉한 작은 마을 신정리 379.

3000여 평 경사진 대지 위에 각종 나무들과 잘 정돈된 농가 주택 한편의 축사를 잘 손질해 마련된 ‘창강 미술관’(가칭)이 자리잡고 있다. 꾸민 듯 아니 꾸민 듯, 있는 그대로의 건물 모습 내부에 전시돼 있는 각종 미술 작품들이 옛 생활 소품들과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이곳 ‘창강 미술관’은 한국서화협회 초대 작가이며 심사위원이기도 한 창강 박종선(81) 작가가 수십년 간 하나하나 손으로 빚고 가꾼 각종 예술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개인 미술관이다. 이곳 전시관엔 켈리그래픽(현대 구성 글씨), 시, 판화, 정물화, 추상 작품 등 각종 미술품 3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되지 않은 소장품까지 합하면 모두가 1000여점에 이른다. 현대문학.창조문학 등단의 시인이기도 한 그는 이곳 신정리 토박이로 2004년 지역 내 임천초등교 교장 정년 퇴직했다.

40여년의 교편 생활을 마쳤다. “어린 학생들이 일기 등 글 쓰는 것을 주문 했던 나에게 왜 선생님은 글을 쓰지 않느냐”는 반문이 당시로선 아주 부끄럽고 낯 뜨거운 충격이었다고 회상하는 그는 교편 생활에서 겪은 아이들과의 그 충격적 추억담을 털어 놓으며 시인으로서의 등단 배경을 설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꾸미지 않는다”는 솔직함 그 자체여서 그 보다 더한 찬사는 없다고 말하는 그는, 있는 그곳에 그대로의 참 모습을 추구하며 열정적인 창작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각별히 맑고 깨끗한 인간의 순수성과 동심에 가까운 순진성의 천상병 시인을 각별히 좋아한다는 그는 특히 현대 구성글씨인 켈리그래픽에서 “어린 아이들의 삐틀어진 어설픈 글씨체는 그 자체가 동심의 순수성으로 참된 아름다움”이라며 “그 속에서 얻은 모티브를 통해 또 다른 창작 예술 작품을 낳기도 한다” 고 했다.

20여년 전 충남 교원 미전(1997년)에서 동으로 만든 출품작을 돈이 없어 나무로 제작한 조각품을 출품해 1등을 차지 했던 당시를 회상하는 박종선 작가의 6~70평이 족히 되는 작업실에는 ‘오늘 어부가되어 파란하늘에 그물을 치고 싶다. 구름처럼 스쳐가는 당신의 그런 마음이 그물에 걸렸으면... 그의 시집<하늘에 그물을 치고 싶다>에 곡을 붙인 작곡자의 나지막한 목소리의 노래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평소 문예와 아이디어 보급에 힘써온 그가 때때로 진행하고 있는 그의 서각교실에 서울, 대전 등 경향 각지에서 찾아오는 후학들이 50여명에 이른다. 이 후학들은 각자 지역에서 폭 넓은 문예 예술할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한때, 폐교된 학교에 ‘아빠학교 엄마교실’이라는 인생 박물관을 열어 수년간 재능 기부에 힘써 온 그는 “지금의 이 자리에 작품 모두를 전시할 수 있는 미술전시관을 새롭게 세우고 싶다”며 “서울 직장에 있는 아들에 이어 3대로 이어져 운영되는 ‘미술 전시관’이 되었으면 한다” 고 했다.

역시 교직 생활을 마감한 부인 양정숙(76)여사와 함께 조용한 시골 전원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박종선 작가는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노년의 예술가 모습 그대로였다.

부여 박유화 기자 pyh5669@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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