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진 충북도 환경정책과 주무관
[동양일보]가정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범은 과연 무엇일까?
그린피스가 발간한 ‘2021년 플라스틱 집콕조사 일회용의 민낯(2021.11.)’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78%는 식품 포장재가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음료 및 유제품류 식품포장재가 33%로 플라스틱 쓰레기 3개 중 1개는 먹는 샘물, 음료, 유제품 등을 먹고 마실 때 발생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일상이 장기화하면서 택배 이용과 음식 배달이 증가하는 한편, 집콕 문화로 가정간편식 소비량의 증가가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식품 포장재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대부분은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류(47%)이며, 페트(17%)가 그 뒤를 이었다.
비닐류는 재활용이 제한적이어서 일반적으로 고형연료로 활용하거나 소각되어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1년 7월에 실시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 감축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실천(14%)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노력과 관심(45%), 플라스틱 대체 친환경 소재 개발(33%)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인에게 식생활은 핵심적인 소비 분야이자 여가 활동의 연장선으로 식생활 전반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이 수반된다. 따라서 소비자의 친환경 실천 의지만으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플라스틱 병의 분리배출을 쉽게 하기 위해 라벨에 절취선을 도입했지만 분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 이후 상표띠 없는(무라벨) 먹는샘물이 시장에 출시됐다.
라벨을 분리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때문일까? 무라벨 먹는샘물의 판매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무라벨 음료와 무라벨 요거트, 종이팩 해양심층수까지 유통돼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됐다.
필자는 요거트 겉면에 부착된 종이 라벨을 조심스럽게 떼다가 말끔히 제거되지 않아 종량제봉투에 할 수 없이 버려야 했던 좋지 않은 기억으로 무라벨 요거트를 무조건 구매하게 된다. 편리함과 자원순환의 가치가 제품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타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도, 영양적으로 모자라지도 않다. 생활 속 작지만 소중한 나만의 가치소비 활동이다.
무라벨 먹는샘물의 구매 증가는 소비자의 선택이 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치원 아이들의 “우유에서 빨대는 없애주세요”라는 요청에 최근 해당업체는 빨대를 없앤 불편한 우유 출시를 감행했다.
식품 포장재에서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 기업들은 플라스틱 음료병을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병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심도 있게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소주병이나 맥주병을 재사용하듯이 말이다. 또한, 식품 안전성 등으로 플라스틱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식물유래 원료기반의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원료생산부터 제품 활용 후 폐기에 이르기까지 탄소배출량이 기존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에 비해 낮아 탄소중립 실현에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에 자원순환의 가치를 더하기 위해 매대를 서성이는 수고로움에 즐겁게 참여해 볼 것을 독자들께 권한다.
나의 작은 실천이 나비효과가 돼 기업을 변화시키고 탄소중립 실현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소망을 품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