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철학하는 삶’을 위한 2기 동양포럼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동양일보 회의실에서 ‘충북의 문화예술, 어디로 가고 있나’를 주제로 포럼을 가졌다. 운영위는 이날 연극평론가이자 남산예술센터 극장 드라마터그, 국립극단 희곡우체국장 등으로 일해온 조만수 충북대 프랑스 언어문화학과 교수를 초청해 지역 문화예술을 진단했다. 포럼은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주제 충북의 문화예술, 어디고 가고 있나

●때 2022년 5월 24일

●곳 동양일보 회의실

●참석 김양식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운영위원장)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주필) 조만수 충북대 프랑스 언어문화학과 교수

●정리 김미나 차장



▷정세근 교수 “오늘은 ‘충북의 문화예술, 어디로 가고 있나’를 주제로 포럼을 진행하겠습니다. 주제에 걸맞는 정말 어려운 분을 모셨는데요. 충북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한 예술계 인사를 모셨습니다.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인지 소개해주시죠.”



▷조민수 교수 “안녕하세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충북대 프랑스 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에 있고요. 불문학을 하는 사람이고 넓게 보면 문학을 하는 사람인데요. 문학 중에서 희곡을 전공하고 연극 대본을 연구하다가 연극을 만드는 일에 관여하거나 연극에 대해서 평을 쓰는 일을 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연출은 아니고요. 연출을 보좌하는 스텝 일, 즉 ‘드라마터그’라고 합니다. 그런 일을 하다 보니까 극장을 큐레이팅 하는 일들을 맡게 돼서 남산예술센터와 국립극단 등에서 일했습니다.”



▷정세근 교수 “최근에 학교에서 이날치를 만든 사람을 초청해서 강연을 한다는 현수막을 봤습니다. 어떻게 그런 분들과 잘 알고 계십니까?”



▷조만수 교수 “충북대 링크사업단의 지원을 받아서 지역 예술가들을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을 했었는데요. 그때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두 관심 있는 영역들을 찾다 보니 요새 핫한 아이템으로 이날치가 떠올랐죠. 이날치 리더인 장영규 감독과 오래전부터 연극에서 같은 작품을 만드는 스텝으로 함께 일해왔기 때문에 참여해달라고 졸랐습니다. 바쁜데도 불구하고 지역 예술가들과의 만남에 기쁘게 와주셨습니다. 공연은 아니니까 이날치 멤버가 다 오지는 않고 베이스 치는 장영규 감독하고 남성 보컬 안이호씨 두 분 모셔서 충북 예술가들하고 대화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정세근 교수 “말 나온 김에 ‘이날치 현상’이라고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데 그 까닭이 뭘까요? 저도 학생이 동영상을 보내줘 보았는데 깜짝 놀랐어요. 아주 중독성이 있어서 몇 번을 돌려봤습니다.”



▷조만수 교수 “이날치가 기본적으로 국악이죠. 소리는 어르신들이 즐기는 거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젊은이들이 즐기면서 이날치 현상이 나타났는데, 그날 안이호씨가 얘기했던 말이 이해를 쉽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악이 다섯 박자라면 장영규 씨가 쳐주는 베이스 기타는 네 박자였다라는 거죠. 국악의 장단과는 다른 박자 속으로 소리를 꾸겨 넣어야 되는 모순이 발생한 거죠. 그런데 그 모순 속에서 뭔가 새롭게 이뤄지고 그래서 젊은이들이 이 새로움에 반응을 하기 시작한 거지요. 판소리 수궁가를 이처럼 비트를 달리해서 불렀더니 새롭게 들리게 된거죠. 아주 조금의 차이지만 그것이 전체를 달라지게 하는 그런 도전이 가능한 마인드를 갖느냐 갖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날치 현상은 새로운 인터넷 플랫폼 때문에 가능하게 한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 5~6년 사이플랫폼이 강화되고 한국관광공사제작한 영상이 퍼지면서 이날치가 전 국민적인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예술가의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둘러싼 환경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정세근 교수 “혹시 강남 스타일처럼 B급에 환호하는 어떤 새로운 문화 형태인지요? 하다못해 카메라도 롱테이크를 쓴 것 같은데, 그런 연출과도 관계가 되나요?”



▷조만수 교수 “B급 예술의 특징이라고 하는 것은 흥행할 수 있는 기존의 요소들을 극대화시킨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날치는 그 문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인데, 그렇다고 예술적인 실험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대중들과 호흡하는 대안을 찾은 것입니다. 이 점에서 강남스타일하고는 구분됩니다. 색동옷 등이 키치한 느낌을 주는데 그것이 B급적이라기 보다는 우리 것 그대로가 힙하고 세련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날치가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이날치가 그때 엠비규어스 댄스컴퍼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까지는 인기가 폭발적이지는 아니었을 거라고. 옛 음악을 새로운 비트 속에서, 새로운 몸짓으로 표현하면서 현재화시킨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세근 교수 “조만수 교수님은 제가 생각하기에 충북대에서 가장 농담을 잘하는 분입니다. 그 까닭은 안 시끄러우면서 웃기는 데 있습니다. 한 1분 정도 지나면 비로소 웃기는 말을 많이 하세요. 그 비결이 뭔지 잠깐 말씀해 주시고, 김양식 교수님께 넘깁니다.”



▷조만수 교수 “웃어주시니까 웃는 거고요 이렇게 엄숙한 자리에서 웃길 수 있는 능력은 없고요 그냥 정 교수님께서 항상 이렇게 편안하게 맞아 주시니까 웃을 수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거겠죠.”



▷김양식 교수 “이날치의 춤이나 의상, 노래 등은 문화적 충격이 있었고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 같거든요. 이날치 성공 사례를 놓고 봤을 때 과연 지역 예술인들한테 주는 교훈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조만수 교수 “지난번 강연 때 이날치 장영규 감독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니까 엠비디어스 댄스시어터를 만난 인연은 어떤 공모전에서 자신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공모전에 참여한 팀이 엠비규어스 댄스컴퍼니였다고 합니다. 그들의 프리젠테이션을 보고 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범내려온다’ 공연작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는데 엠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해외공연일정 때문에 정작 미리 연습도 못하고 공연에서 바로 합을 맞추었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는 성공한 작품들이 어떤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지기보다는 예술가 각자가 내공을 쌓는 과정들을 겪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오랫동안 대중의 호응이 없을지라도 자기 작업을 지속시킬 수 있는 예술적인 환경이 주어지는가 이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환경은 서울에서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에서는 어떤 생태계를 제시할 수 있는가 이게 관건인 것 같아요.”



▷김양식 교수 “조 교수님은 희곡도 쓰시고 연극도 만드셨잖아요. 충북대에 계시면서 충북의 공연문화도 아마 많이 지켜보셨을겁니다. 충북 예술 장르를 보면, 시각과 공연예술이 90%가 넘습니다. 그 중에서도 연극이 청주 충북지역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데, 조교수님이 보시기에 우리 지역 공연문화의 장단점이나 앞으로의 가능성 또는 한계 그런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을 꼽을 수 있겠어요?”



▷조만수 교수 “제가 감히 지역 문화예술의 장단점을 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지역에서 제 삶의 많은 부분을 보내고 있고 지역 예술가들하고도 교류하면서 느낀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공연 영역에서 청주에는 탄탄한 극단이 많습니다. 이 극단은 오래전에 부터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역에 이렇게 오래된 극단들이 건재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2000년대 들어가서 동력을 상실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역의 예술 생산자들의 주축은 소위 86세대입니다. 그 시대에 연극영학과를 다닌 사람들, 그리고 그 시대에 대학 연극 동아리 출신들이 지역의 주축 예술가로 창작집단을 이끌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동력이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시기가 이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활성화되면서 예술창작이 공공지원금에 종속되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점입니다. 지원금이라는 파이를 나눠가져야 되는 생태계 환경이 형성됩니다. 이 생태계 안으로 새로운 집단이 들어온다는 것은 파이를 나누어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창작 집단은 이 작은 지원금을 나누어 갖기 위해서 지역에 정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젊은 창작자들은 지역이 아닌 서울로 가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2000년대 이후에 충북 예술계가 새로운 세대의 창작력의 수혈받지 못하는 것은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기존의 집단들은 쇠락해가는 과정들을 겪죠. 물론 기존 예술인들은 훌륭합니다. 전국 연극제, 대한민국 연극제에서 상도 많이 탑니다.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할 뿐, 현재의 지역 관객들이 관심을 갖을 수 있는 예술적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김양식 교수 “매너리즘에 빠져서요?”



▷조만수 교수 “그분들은 그 나름대로 굉장히 열심히 하시겠지만 세계관이 다른 거잖아요.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세상과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기 때문에 젊은 관객 그들이 관심 가질 이야기들이 없는 거죠.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창작 주체로서의 젊은이도 없고 문화 소비자로서의 젊은이들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청주만의 문제는 아니죠. 전국적인 문제입니다.”



▷김양식 교수 “특히 청주 충북지역 예술계는 다른 지역보다 예술인들의 노령화가 더 심각한 수준이거든요. 예술인 40% 이상이 60대 이상이고 게다가 새로운 창작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청년 예술인들의 충원이 거의 답보 상태이거나, 아니면 기존에 있던 청년 예술인들도 다른 지역으로 이탈해 나가는 그런 상황입니다. 청년 예술인들의 타지 유출은 기존 예술인의 독점에 따른 소외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만수 교수 “서울 집중 현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부산이나 대구가 더 나은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대구 같은 도시는 뮤지컬의 도시로 도시 문화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고 부산은 영화의 도시로 나름대로 스스로를 브랜드화시켜가고 있는데 청주는 그렇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좀 더 심각한 것은 우리 사회가, 특히 예술이라고 하는 분야가 2014년을 기점으로 전혀 다른 세상으로 가고 있어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오면서 대한민국이 어마어마한 변화들을 겪습니다. 2014년이 세월호를 겪고, 2016년 블랙리스트 예술검열을, 그리고 2017년 촛불정국과 탄핵을 겪습니다. 예술의 패러다임이 기존에는 ‘드라마’ 즉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을 갖는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을 관객들이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 시기를 지나면서 현실 자체가 어마어마한 드라마를 보여주니까 예술이 드라마를 만들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인식이 생기는 거죠. 이제 예술이 허구를 만드는 게 아니고 실제 우리 삶을 있는 그대로 다루는 일종의 다큐멘터리성을 지닌 예술형식이 등장합니다. 이를 ‘포스트 드라마’ 시대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예술의 새로운 변화를 기존의 팀들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충북문화재단에서 충북형기획사업이라는 공모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변화된 예술을 스스로 기획하라고 하는 것인데 이것을 예술가들이 의도를 이해하지를 못합니다. 가장 우려할만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지역 예술가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양식 교수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까 우리 청주, 충북 지역의 예술의 심각성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혁신이 필요할 때인데, 그 가능성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권보다 매우 낮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퇴락하는 예술 지형을 지켜만 볼 수는 없잖아요. 뭔가 브레이크를 잡아주고 새로운 혁신이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되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조만수 교수 “현대를 혼종의 시대, 하이브리드의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역 예술가와 이방인들이 섞일 수 있는 환경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안에 있는 예술가들조차도 다른 곳으로 떠나보내는 상황입니다. 지금 현재 청주 지역에서는 예술에 대한 논의들은 대부분 기존 예술가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잘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에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논의를 조금 더 키워서 바깥으로부터 자극이 올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 저는 이것이 기존의 이해집단인 예술가들로부터는 올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학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청주대, 서원대의 예술학과가 축소되고, 충북대학교는 단과대학으로서이 예술대학이 없습니다. 대학의 역할은 예술학과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담론을 확대하는데에 있습니다. 도지사, 시장 등 지역의 정책책임자들이 문화를 등한시하고 먹거리를 최우선 한다고 하더라도, 예술과 문화가 먹거리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대학입니다. 대학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문화적 담론을 공론의 장에서 확산할 수 있는 스피커들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논의가 시작되면 뭔가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겠죠.”



▷정세근 교수 “진단도 해 주시고 해결책도 웬만큼 말씀하셨는데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지역사회를 말해주시죠. 포스트 드라마 시대를 맞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폐쇄적인 구조 때문일까요? 행정기관에도 적극적으로 건의할 만한 것이 있을까요?”



▷조만수 교수 “지금 우리가 문화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고, 마침 청주가 문화도시 1기 사업에 선정되어 5년간 국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기록문화유산이라고 하는 테마에 특화된 문화도시입니다. 그런데 기록문화라는 것은 하나의 테마인 것이고, 이 사업의 목표는 이 사업의 시행이후 청주의 문화적 역량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문화라는 테마를 유연하게 해석한다면, 반드시 기록이라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기록문화 속에 포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까도 얘기했었어요. 다큐멘터리가 주요 예술의 형태로 나오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기록이라고 하는 것들을 옛날 것에 한정 지어서 생각하지 말고 이 모든 청주의 문화적인 모든 양태들을 우리가 어떻게 유연하게 기록할 것인지에 대해서 좀 고민하다 보면 문화도시 사업을 보다 유연하고, 의미있게 시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세근 교수 “저도 청주를 문화도시라고 하면서 정말 어떤 문화적인 일을 하는지 늘 회의합니다. 예산이 있긴 있지만 심사를 들어가 보면 나눠 먹기가 되기 십상입니다. 기록문화라는 것도 어떤 예술적 감성을 좀 더 이렇게 공고히 하기 위한 장치일 텐데 그렇다면 어떤 기획으로 충북의 예술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청주 출신의 유명한 배우는 유해진이 있죠. 또 유해진을 닮아서 형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그리고 ‘염쟁이 유씨’라는 연극을 천회 이상 한 유순웅이라는 배우도 있고요. 영화 명랑에서 바닷가에서 옷을 흔드는 분 역할을 하셨죠. 그런 천재적인 분에 기대어 일을 할 건지, 아니면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저변 확대라는 어떤 인프라 구축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건지 참 어렵습니다.”



▷조만수 교수 “사실 청주 출신의 예술가들은 그 두 분 아니더라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이미 청주라고 하는 범위를 벗어나신 분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우리는 우리 정원을 가꿔야 되는 것이죠. 우리 지역이라는 문화의 정원에 씨앗을 뿌리는 일, 지역의 정원에 맺힌 과일을 더 크게 자라게 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정세근 교수 “그게 뭐냐 이겁니다. 이를테면 초창기 연극 배우 가운데서는 이순재처럼 철학과 출신이 많았죠. 저희 때도 그랬습니다만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연극 역량들을 키웠지 않습니까. 극작가도 그렇고 연출도 그렇고요. 그런 시대가 흘러간 것처럼, 포스트 드라마 시대로 다큐멘터리의 시대가 됐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조만수 교수 “사실은 그거예요. 그러니까 그동안은 그동안에 기존의 지식들의 변화들이 별로 없었단 말이죠. 우리는 그런 시대들을 살았죠. 그렇다면 그 상태에서는 기존의 문법의 흐름을 알게 되면 독학이 가능해요. 그러니까 박찬욱이나 봉준호는 영화를 독학하죠. 그들은 연극영화과를 안 나와도 프랑스문화원을 기웃거리고, 조연출로 연출부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그렇게 배워나가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뀐단 말이죠. 이제 예술가가 스스로를 혼자 형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떤 식으로든지 교육이 개입돼야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예술교육은 축소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예술가 교육의 수급자로서의 대학이 아니라, 예술의 변화를 기존의 예술가들에게 인지시키는 재교육의 장으로서의 대학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김양식 교수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어느 때보다도 지역 문화예술의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인데, 그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매너리즘 같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깨기 위해서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담론이라든가 공론이 활성화되어야 할텐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개개인을 놓고 보면 참 능력있는 분들이 많으나,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학이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으나, 사실 청주지역 대학의 역할은 기대 이하인 것이 사실입니다.”



▷조만수 교수 “옛날에 거대한 산 하나가 있는데 지금은 천개의 고원 즉 ‘하나’로부터 ‘다양성’으로 이동하는 시대입니다. 문화부장관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장 청주 출신이라고 할지라도, 청주의 문화적 역량이 확대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커다란 스피터 한 두 개 보다는 천개의 작은 스피커가 필요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떠들어야 돼요. 예술가로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얘기를 해야 합니다. 청주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되어야 합니다. 청주시민들이 서울에서 그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에게는 스피커가 주어지지 않지요.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많이 만드는 것, 그래서 작은 얘기라도 일종의 논에 개구리 울듯이 이렇게 와글와글 시끄러워지면 이게 무슨 소리인지 하고 이제 귀기울일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되겠죠.”



▷정세근 교수 “정리하겠습니다. 남산 드라마센터가 있듯이 청주 김수현 드라마센터도 좋지만 정말 ‘우암산 포스트 드라마 센터라’든가, 아니면 ‘와글와글 개구리 포스트 드라마 센터’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 하드웨어 이전에 소프트웨어로, 조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이 표출되어 그들의 의견이 정책에도 반영되고 청주 문화계에도 영향을 주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장시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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