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생체모방기술 (Biomimetics)이란 생명체의 다양한 구조, 기능과 특성을 인위적으로 모방해 인간의 생활에 적용하거나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생체의 구조와 성분을 모방하는 기술이다. 이런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지만 동물의 생체를 모방해 의료·바이오 분야에 적용된 기술들을 소개해본다.
동물의 외관과 생체의 특성을 모방한 것들이 있다. 수술기구로 사용되는 수술용 집게와 핀셋은 개미귀신의 집게를, 수술시 닿기 어려운 부위의 조직만을 정확히 잡는 핀셋과 자를 수 있는 수술용 특수가위는 곧고 굽은 도요새의 부리를 모방한 것이다. 위내시경은 자벌레, 주삿바늘은 말벌침, 당뇨환자에 주사하는 가는 무통주사바늘은 모기의 침을 모방한 것이다. 주사에 대한 공포감을 없앤 패치형주사기는 먹잇감의 피부 속에 독을 밀어 넣는 독사어금니를 모방한 것이다. 이 패치형주사기는 작은 플라스틱판에 독사어금니 모양의 구조체를 100여개 박아 피부에 접착 시에도 통증 없이 5초 만에 체내에 약물투여가 가능하며 영유아와 매일 주사하는 환자들의 주사에 의한 통증을 경감해 준다.
동물의 생체성분이나 특성을 모방해 의료기술이나 치료에 적용한 예도 있다. 허혈성 뇌졸중치료제로 rtPA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투여제한 시간도 3배나 긴 데스모테플라제라는 혈전용해 물질은 흡혈박쥐의 침에서 발견한 물질이다.
거머리에서 유래된 히루딘은 항응고제로 사용된다. 상어가 싸움으로 상처가 생겨도 감염되지 않는 것은 상어 간의 스쿠알라민 효과인 것이 밝혀져 항생제와 파킨슨병 치료제로 응용되고 있다.
수술시 봉합에 걸리는 시간을 해소한 순간 생체접착제는 홍합의 분비물인 ‘족사’라는 액체 단백질이다. 홍합은 이 단백질 때문에 거센 파도에도 붙어있고 화학접착제보다 접착력이 강해 무해수술용접착제, 봉합사대용제, 흉터치료제와 지혈제로 개발중이다. 홍합의 힘줄에 있는 콜라겐섬유는 사람의 피부보다 5배나 질기고 16배나 잘 늘어나서 인공피부로, 거미줄 단백질은 콜라겐을 대체하는 첨단 피부탄력소재로 개발 중이다.
영하의 극저온에서 사는 심해어류의 혈액결빙을 방지하는 결빙방지 단백질의 강력한 항산화력은 항노화 화장품에 사용된다. 의료용 수액과 주사액 내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오염 검사를 위한 내독소 의료용 검사키트는 투구게의 혈구에서 추출되는 LAL단백질을 이용한 것이다. 내독소가 LAL단백질에 반응해 응고되면 검사물질 내에 병원체가 있다는 의미다. 기존의 토끼를 사용한 내독소 동물시험의 판독까지 48시간이 걸리지만 LAL시험은 45분 만에 판독 가능해 위급한 수백만 명의 인명과 수만 마리의 토끼 목숨을 대체하는 동물대체시험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최첨단 3D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간 구조를 모방한 인공 간연구, 생리활성물질이 함유된 생분해성 고분자지지체를 이용한 손상 골조직의 재생연구, 인간의 생체조직을 모방한 조립형 인공장기인 어셈블로이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자연은 발명의 천재’라고 한 독일의 동물학자 베르너 나흐티갈의 말처럼 생체모방에 대한 아이디어는 우리들 개개인의 자연 현장의 신비로움에 대한 탐구와 호기심에 답이 있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