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창열 충북도 기후대기과 주무관

염창열 충북도 기후대기과 주무관

[동양일보]미국의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이 1962년 출간한 ‘침묵의 봄’에는 DDT로 널리 알려진 살충제와 농약 같은 화학제품이 생태계와 인류의 삶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의 출간으로 미국 환경 운동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으며 미국 환경부는 1972년 DDT의 사용을 금지하였다.

온실가스의 무분별한 배출로 인해 야기된 기후위기 시대, 과거 인류가 환경 문제를 극복한 역사를 통해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

1970년대 유럽의 스칸디나비아반도 전역의 강에서는 물고기가 사라졌다. 숲 일부 나무엔 잎이 떨어지고, 북미 일부 호수에는 모든 생명체가 사라졌다. 마치 커다란 유리컵에 담겨 섬뜩할 정도로 투명하게 변했다.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가 원인이었다. 아황산가스를 품은 비구름이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산성비 형태로 지구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산성비에 대한 피해와 위험성을 경고하는 언론보도는 흔하게 접할 수 있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대기오염물질 때문에 국가 간의 문제로 비화되어 제네바 협약 등 국제 협약으로도 이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가? 산성비에 의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언론보도보다 부슬비를 맞는다는 낭만적인 SNS 게시글이 더 눈에 띈다.

하늘에 구멍이 생긴다?

1985년 영국남국조사단(BAS)은 남극 상공 오존층의 큰 구멍에 대해 국제사회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에어로졸과 냉매, 특히 헤어스프레이에 쓰였던 프레온가스의 주요 성분인 CFC(클로로플루오르카본)가 원인이었다.

오존층은 성층권 내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며 태양에서 방출하는 해로운 자외선을 흡수, 지표로 도달하는 것을 막아 생명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오존층 역시 산성비와 마찬가지로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 서명을 통해 국가 간의 협력으로 이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학계와 산업계가 함께 뭉쳐 CFC의 사용을 신속하게 폐지했다.

2021년 8월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오존층 회복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면서 온실효과가 큰 프레온가스를 규제하지 않았다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 기온이 2.5도 상승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성비와 오존 구멍 말고도 경제적인 연소를 위해 납 첨가제를 추가하는 유연휘발유가 문제 된 적 있다. 자동차 배출가스에 포함된 납으로 인해 특히 아이들에게 심장마비와 정신 발달장애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연휘발유는 이제 무연휘발유로 대체됐다. 유연휘발유를 최근까지 생산했던 알제리 국영기업의 정유시설이 지난해 8월 폐쇄됨에 따라 유연휘발유는 지구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됐다.

일련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두 가지를 배울 수 있다. 환경 문제는 어느 한 지역,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과 그 점을 인식하고 협력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은 산성비, 오존 구멍 등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 담론이다. 하지만 환경 문제를 극복한 인류의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다 같이 뭉치고 신속하게 행동한다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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