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진 청주시 '농촌에서 살아보기' 참여자·전 인천 포스코고 교장
[동양일보]청원사과마을에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하여 거주한지도 한달이 어느덧 넘어간다. 프로그램을 참여하며, 또한 농촌의 생활을 함께하며 느끼는 점이 많아 이것을 사람들과 공유해 보고자 글을 써본다.
1. 아름답게 살아야 하는 이유
홍로 사과 꽃을 만지며 추석에 내 입으로 들어와 내가 될 사과를 생각했다. 사과 꽃 속에서 사과를 본 것이다. “사과 속에 든 사과 씨는 셀 수 있어도, 사과 씨 속에 든 사과는 셀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미래는 알 수 없다. 예측은 가능하지만 말이다. 우리 마음속 사과가 어떻게 성장할지는 오직 내 꿈의 크기와 환경에 달려있다. 현재가 미래며 과거이기 때문이다. 과거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기에 내일이 존재한다. 오늘을 지금을 아름답게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가로수가 사과인 청주 어암리 사과마을에서 사과 꽃을 따주는 적화 작업을 했다. 사과나무에 핀 꽃 중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될성부른 꽃만 남기고 모두 솎아내는 작업이다. 한 송이에 5개의 사과 꽃이 피는데 그중에서 가장 일찍 핀 꽃을 남기고 따주는 일이다. 가장 먼저 핀 꽃은 사과로 태어나지만, 나머지 꽃들은 수정은커녕 피어보지도 못하고 세상과 이별을 고하는 것이다. 지구촌에 경쟁 없는 곳이 어디인가 생각한다. 창의적인 사고는 경쟁이 없는가? 창의적인 사고로 세상에 없는 것을 상상해보자. 우리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아니한가?
2. 초록의 어암리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은 어암리 산속에는 수많은 보물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산나물로는 곰취, 취나물, 고사리, 방풍나물, 우산나물, 잔대 싹, 당귀 등 수많은 보물이 입맛을 돗꾼다. 산속의 보물을 찾아 배낭을 메고 뒷동산에 올랐다. 산속의 신선한 공기와 피톤치드는 덤으로 얻게 된다.
오늘의 산행은 취나물과 고사리를 얻는 것이다. 소나무 숲을 지나 조상님께서 주무시는 주변에는 특히 고사리가 많다. 감사한 마음으로 고사리를 꺾는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생각하게 한다. 고사리는 자세히 보아야 발견할 수 있다. 고사리 하나를 발견하고 주변을 잘 살피면 작은 고사리밭을 만나게 된다. 큰 행운이다. 이렇게 기쁠 수가 있단 말인가? 평소 같으면 갈 수 없다고 느끼던 산비탈도 고사리를 찾다 보면 비탈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길이 없는 숲 속을 고사리를 찾아 오르다 보면 어느덧 정상이다. 정상에 올랐지만, 몸과 마음은 상쾌하다. 고사리가 나를 정상으로 인도했기 때문이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산에 올랐다면 심신이 이보다 더 기쁘지 아니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여정에서 가파른 산비탈도 오르게 하는 고사리 같은 인연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는 주변인에게 고사리 같은 인연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