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순 약사·포어스 대표

 
김명순 약사·포어스 대표
김명순 약사·포어스 대표

[동양일보] 지난 6월 초, 서울 시청역 주변 전광판에 북극곰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포효하는 3D 영상이 상영됐다. 이 영상은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제작됐다. 학자들은 기후변화가 현재 속도로 진행될 경우, 2100년 말엔 북극곰이 멸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2100년에 지구 온도가 3~4도 상승한다면 인간도 살 수 없다고 한다. 생존이 어려울 만큼 환경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덴마크·아일랜드·에스토니아에선 축산농가에 방귀세를 매기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도 지난 2003년에 방귀세 도입을 적극 고려했었다. 대체 가축 방귀와 기후 위기의 어떤 상관관계가 이런 농담 같은 일을 초래한 걸까?

축산업이 메탄(CH₄)가스 배출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메탄은 6종류의 온실가스 중, 대기 안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CO₂)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21배(20년간 끼치는 영향은 86배) 높다. 그런데 소·양·염소 같은 반추동물의 트림과 방귀로 배출되는 메탄가스가 전 세계 메탄 방출량의 37%나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15억 마리 소가 내뿜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한 마리당 4톤으로 승용차 한 대 배출량 2.7톤의 1.5배나 된다. 교통수단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16%)보다 축산업의 비중(18%)이 더 높은 이유이다.

그로 인해 현재 유럽에서는 육류세 도입까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육식 절제가 필요하고 현재의 공장식 축산업 시스템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육식의 증가는 공장식 축산(육류의 99% 사육)이 성행하도록 만들었다. 공장식 축산은 가축 사료 마련을 위해 집약적이고 화학물질로 가득한 곡식 농사를 요구하고, 넓은 땅이 필요해 숲을 제거하게 만든다. 그 결과 지구의 허파 아마존이 90% 이상 목축지로 개간돼 온실가스 흡수·저장 기능을 상실했다. 숲이 사라지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더 나아가 공장식 축산의 항생제·화학약품 과용은 수질·토양 오염도 초래해 어류의 피해까지 유발하고 있다. 어류도 수질 오염과 산업화된 어업의 지속 불가능한 어획 관행들로 인해 멸종돼가고 있다. 특히 저인망어선들의 파괴력이 심각하다. 그래서 학자들은 50년이 지나기도 전에 모든 어류 종들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인간의 과욕이 낳은 결과가 너무 참혹해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위해 채식을 고집하고 식물성 대체육을 먹는 이들과 다방면으로 연구·노력하는 이들이 있어 아직 희망은 있다. 토질을 개선하고 불모지를 되살리기도 하는 자연 친화적 축산업을 택하는 이들, ‘클린 미트(Clean Meat)’ 기술로 환경과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클린 미트’는 동물 줄기세포를 연구실 인큐베이터에서 키워 만든 고기, 즉 배양육이다. 맛과 질감이 진짜 고기와 같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녹두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액상형 달걀이 시판(‘just egg’) 중이다. 이 기술도 실험실 내 에너지 사용 최소화와 독성 부산물 미발생이 입증되어야, 진짜 육류보다 환경을 덜 파괴한다고 할 수 있다. ‘클린 미트’ 기술이 확실한 대안이 되려면 반드시 정확하고 반복된 검증이 필요하겠다.

탄소발자국을 무려 73%나 감소시키는 채식 위주의 식단이, 일반식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식물성 단백질만으로도 충분히 근육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증명되었다. 과도한 육류 섭취는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므로,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동물보호와 건강을 위해 육식을 절제하는 건 어떨까? 4인 가족이 한 번만 육식을 안 해도 온실가스 약 60kg을 줄일 수 있으므로, 완벽한 채식주의자 ‘비건’이 아니더라도 환경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언론이나 방송 등 대중매체와 SNS에, 육식을 조장하는 방송이나 사진· 글들을 과도하게 싣지 않는 행위 또한 환경보호 방법의 하나이다. 이렇게 우리의 밥상이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면, 이제 행동으로 옮길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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