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산골에서 생산되는 새우젓을 아시나요?”
[동양일보 박승룡 기자]“영동 산골에서 생산되는 새우젓을 아시나요?”
충북 도내에서 유일하게 토굴을 이용해 고품질 새우젓을 생산하는 ‘산속 새우젓은 동종 업계에서 요즘 화두다.
가격도 저렴한 데다 내륙에서 직접 생산을 하면서 거래까지 간편하기 때문이다.
젓갈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는 주인공은 ‘산속 새우젓’ 김종복(55) 대표다.
김 대표는 대전에서 사업을 하다 2013년 영동군으로 귀농했다.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과수나무를 심고 길렀지만, 매번 실패가 돌아왔다.
작물 이해력이 부족하고 경험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었다.
직업 전환에 고민을 하던 중 내륙지역인 영동 주민들이 김장철 마다 질 좋은 새우젓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생산을 할 수 있다면 판매는 확실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발상의 전환으로 내륙의 단점을 장점 만들기 위해 1년이 넘도록 생산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단가가 문제였다.
공장형식으로 대량 생산하는 기존 업체의 가격 맞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단가에서 밀린다면 시장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불 보듯 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량 생산 업체와 경쟁보단 단가를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찾았다. 젓갈류 생산에 꼭 필요한 저온 창고를 대신할 장소가 필요했다.
고심 중 우연하게 영동읍 매천리 일제 강점기 무기고로 활용된 토굴(깊이 30m, 폭 넓이 3.5m)이 눈에 들어왔다.
특별한 활용이 없어 영동군도 관리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곳을 방문한 그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연중 섭씨 10~13℃의 온도와 70%의 습도를 유지하는 자연 저장창고를 찾았기 때문이다.
젓갈 숙성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여기에 생산단가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료까지 들지 않기에 일석이조 였다.
영동군과 바로 계약을 하고 생산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목포 신안에서 원재료를 전량 공급받았다. 농사처럼 기본적인 경험이 없었기에 젓갈 생산도 순탄치는 않았다.
첫해는 2톤이 넘는 새우젓을 폐기했다. 염장의 농도를 적정하게 맞추지 못해 맛이 변했기 때문이다. 판매가격으로 추산하면 2억원이 넘는다.
판매도 가능했지만 김 대표의 경영철학인 ‘건강한 고품질 생산’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다.
수많은 도전과 실패 속에 요즘 김 대표의 새우젓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산속 새우젓’의 새우젓 장점은 저온 숙정 과정을 거쳐 짜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있다.
새우젓 물량을 늘리기 위한 국물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에서 판매되는 새우젓은 국물이 없는 게 특징이다.
김 대표는 “일반적인 새우젓에 있는 국물은 물량을 늘리기 위한 조미료를 첨가한 소금물이다”며 “순수한 새우젓은 국물이 없어야 감칠맛이 돌고 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자연상태로 숙성시키면서 유산균 함량이 높아 소화도 잘된다. 한해 200여톤의 새우젓이 숙성된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젓갈류는 40여종이다. 대표적인 상품은 새우젓과 멸치젓, 갈치젓, 황석어젓, 밴댕이젓 등이다.
새우젓은 종류마다 다르지만 1kg당 2만~7만원에 거래된다. 입소문이 나면서 연 매출 3~4억원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방문자도 늘면서 김 대표는 토굴체험관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5명 이상 일주일 전 예약을 하면 토굴에서 14가지 젓갈이 반찬으로 제공되는 식사도 할 수 있다.
이런 결과 ‘산속 새우젓’ 재구매율은 90%가 넘는다. 택배 판매도 진행하기 때문에 구매가 쉽다.
이런 호황에 식품기업들이 협업도 제안했지만 김 대표는 거절했다. 대량 생산으론고품질 젓갈의 깊은 맛을 낼 수 없고 수익을 내기 위해선 물을 타야 했기에 고사한 것이다.
김 대표는 “영동군을 새우젓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며 “질 좋고 맛좋은 식품을 생산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젓갈의 고장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장인 정신으로 2018년 사단법인 국민성공시대에서 주는 신지식인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도내 귀농인으로는 첫 사례였다.
지난 6월엔 서울에서 열린 장류발효협회 음용소스 개발부분에 최우수상도 수상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힘든 시절을 돌아보며 요즘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봉사도 하고 있다.
올 5월 충북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으로 부임한 김 대표는 소상공인들의 지원 정책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김 대표는 “충북에 등록된 소상공인은 20만명이 넘지만, 지원정책은 아주 적다. 코로나 19로 인해 일부 정책이 나왔지만 미비한 수준이다”며 “소상공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한장치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족으로는 아내 장문정(53)씨와 2남을 두고 있다. 박승룡 기자 bbhh0101@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