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맥을 잇고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장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동양일보 김진식 기자]“제가 전통 붓 제작에 입문한지 46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심혈을 기울여 노력해도 하루 3~4자루를 완성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입문 당시의 신념 하나로 지금껏 버티고 살아가며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된 이후로도 이러한 자존심과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필장이란 붓을 제작하는 공예기술을 가진 기능보유자를 의미한다. 증평군 도안면 화성리에서 전통 붓 제작 장인으로 외길인생을 걷고 있는 유필무(62)필장의 말이다. 2018년 충북도 무형문화재 제29호 증평필장으로 지정된 그는.충주 앙성 출신으로 1976년 어려운 가정형편상 16살의 어린나이에 친척의 권유로 서울 마포구 용강동 공방(예문당)에 입문했다. 진열된 다양한 붓들을 바라보며“이 일을 잘 배우고 열심히 하면 귀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원모선별․딱지제거․솜털제거․지방질제거․초벌정모․배합(털타기)․재벌정모 등 전통 붓 제작에 열정을 바쳤다.
다양한 연구와 실패를 거듭하며 전통 붓 제작에 매진한지 12년, 서울살이를 접고 1988년 고향인근인 음성에서 처음으로 공방을 마련했지만 중국산 붓들이 수입되면서 전통 붓은 설 자리를 잃고 경제난에 부디쳤다. 그는 이러한 어려음속에도 젊은 시절 혼신을 바친 고급화된 전통 붓 제작에 정성을 기울이기 위해 2010년 증평군 도안면에 작은 공방을 열었다.
증평과의 인연은 그를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변신 하게 했다. 붓을 보러 오는 사람들, 전통 붓 제작 방식에 대해 책을 집필하러 찾아오신 분, 붓 제작 과정에 대해 사진을 찍어주는 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표명한 분들의 인연이 닿았는지 2018년 충북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제29호 증평필장으로 지정됐다.
그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는 공인(公人)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전통 붓 제작 방법의 전승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전통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유 필장은 “전통의 맥을 잇고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장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붓장으로 살면서 모든 것을 이 일에 걸었고 바쳤다. 앞으로도 기력이 다 할 때까지 이 일을 하며 살 것이다. 완성도 높은 군더더기 없는 붓을 매며 우리의 전통과 문화가 얼마나 위대한지 우리 민족이 얼마나 대단한 민족인지를 세계만방에 알리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에는 증평독서왕김득신문학관에서 충북도 무형문화재 증평 필장 공개행사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증평 김진식 기자wlstlr1220@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