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식 충북도 바이오산업과장

강창식 충북도 바이오산업과장

[동양일보]맡고 있는 업무 가운데 카이스트와 관련한 일이 있다. 그래서 때때로 카이스트 관계자와 협의도 하고 의논도 한다. 그런 가운데 우연한 기회에 카이스트 총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자못 울림 있고 공감하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사실 보통 ‘카이스트 교수’라 하면 무척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생각만 해도 그 힘든 공부와 연구를 늘 해야만 하는, 그러니까 보통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선입관을 갖기 쉽다.

물론 그런 부분도 없지 않지만 카이스트와 교류하면서 여느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공감할 수 있었고, 카이스트 교수들이 때론 밤을 새워가며 연구하는 그 까닭이 무엇인지 넌지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한마디로 ‘재미’였다. 교수가 연구에 몰입하여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거나 답답한 궁금증을 마침내 풀어냈을 때, 그 재미는 세상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그 재미에 한번 맛을 들이면 연구에 연구를 낳으며 학교 연구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구하는 놀이터가 된다고 했다.

듣고 보니 세상 무엇이든 ‘재미’ 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재미를 빼면 일은 곧 고통과 짐이 된다. 취미 생활이고 운동이고 일이고 뭐든 ‘재미’를 빼면 스트레스가 된다.

실제로 나는 근 20년째 건강달리기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 달리는데 주로 새벽에 한다. 때론 그 고달프고 힘든 운동을 왜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곤 하지만 달리기도 나름 ‘재미’가 있다.

뛸 때마다 거리를 조금 늘려가는 그 재미가 솔솔하다. 5km, 10km, 15km 늘려갈 때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하다 보니 마라톤 대회에 나가 풀코스(42.195km)를 완주해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비록 금・은・동메달은 전혀 아니더라도 완주로 이룬 성과에 큰 재미를 맛본 것이다.

오늘날 일본이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 발전한 기틀에는 ‘이시다 바이간(1685~1744)’이라는 위대한 사상가가 있다. 그가 태어났던 17세기 일본은 게으르고 나태한 풍조가 사회에 만연했다. 그런 시기에 이 위대한 사상가는 ‘제업즉수행(諸業卽修行)’을 부르짖었고 이를 받아들인 일본은 대단한 혁신을 이룬다.

‘어떤 일이고 그 일에서 인격 도야를 이룰 수 있다’, ‘일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뜻의 ‘제업즉수행’이 사람들에게 퍼져 나갔고, 굳이 종교시설을 찾지 않더라도 지금 하는 일이 곧 수행이라는 신념과 믿음으로 사랑과 정성을 쏟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사회가 변했다. 근면, 성실, 검약 정신이 뿌리를 내렸다. 물건의 질이 좋아지고, 침체된 사회가 생기 있고 활발해졌다. 심지어 공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야간근무를 자청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공장에 터잡아 거주하며 일에 매달리기도 했다.

돈보다 귀중한 것은 인격의 완성이니, 대가를 바라지 않고 열심히 일에 정진하는 풍조가 생겼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곧 인격도야를 위함인데 야근수당이 대수가 아니었다.

지금도 일본 제품은 어느 것을 불문하고 모양과 품질이 좋고 튼튼하며 실용적이라고 정평이 나 있다. 그 이면에는 바로 위대한 사상가 이시다 바이간의 ‘제업즉수행’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일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사람은 자기 능력에 따라 하고 싶었던 일을 할 때 가장 빛나고 행복해 보인다. 그 반대로 자기 일에 사랑과 신념을 가지지 못한 채 마지 못해 하는 사람은 불행해 보일 수밖에 없다.

비록 인생 수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슨 일이고 그 일속에서 재미를 발견하고 사랑과 정성을 쏟으며 살고 있다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일 거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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