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애 시인

송은애 시인

[동양일보]알람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창밖에서 이름 모를 새가 쪼로로롱 울고 있어 생각 없이 창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슬쩍 스친다. 가을바람이다. 상쾌함을 느끼기 전에 먼저 재채기가 나를 괴롭힌다. 계절병이다.

알러지 비염의 산물 재치기가 괴로울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요즘처럼 코로나 시대에 재채기를 잘못하다가는 봉변당하기 일쑤다.

다행히 집안에서 나는 재채기라 맘껏 콜록대다 창문을 닫았다.

이상하게도 봄이 되면 싱숭생숭하여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러다 여름을 맞이하면 더위를 핑계로 잠을 잘 수 없으니 계절병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그렇지는 않겠지만 주변 대부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계절이 바뀌는 요즘 가을을 맞이하는 절차가 복잡하다.

재채기를 동반한 알러지부터 간간히 부는 바람에 피부가 건조해 가렵고 하여튼 나이 들수록 환절기를 맞이하는 절차가 길어진다. 지금이 딱 그때다.

불면증은 적절한 환경과 잠잘 수 있는 조건이 구비됐으나 2주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데 잠들기 힘들거나 야간에 자주 깨거나 새벽녘에 일어나는 일시적 불면증과 단기 불면증 또는 장기 혹은 만성 불면증이 있단다.

생활습관 요인이 있다고 하는데 습관들이 수면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불면증을 초래할 수 있단다.

잠자는 시간이 날마다 바뀌는 것과 하던 일이 변하는 것도 좋은 수면을 파괴하는 생활습관이라는데 가끔 우리도 그런 것이겠지 라고 방치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하니 적응 잘하기를 바란다.

계절이 바뀌면 쉽게 잠을 들지 못하거나, 잠이 들어도 자주 깨거나, 이른 새벽에 잠을 깨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불면증이 지속되면 정신적, 신체적 질환에 취약할 수 있단다.

봄, 여름을 불면으로 보내기는 했어도 계절은 붙잡지 않아도 가버리고 가을 앞에 우리는 서 있다. 변하지 않는 톱니 같은 인생이다. 그런 계절을 수없이 맞이하고 보내면서도 바뀔 때마다 새로운 것을 보면 삶 자체가 신선한 것이 분명하다. 무엇을 해서도 무엇을 바꾸려하지 않아도 늘 새로운 인생 기대해도 좋을 삶이다.

그렇게 불면을 보내다보니 벌써 가을이 찾아오고 겨울을 바라보게 된다. 사계절이 사라졌다 해도 아직은 피부로 느끼고 후손에게 물려줄 가치 있는 환경이라고 자부해보기도 한다.

가을이 되면 불면의 밤이 사라지고 꿀잠에 몸이 가벼워진다. 무슨 조치를 한 것도 아닌데 그런대로 잠을 잘 수가 있으니 몸이 가벼운 것 같다.

날씨가 한몫을 하는 것 일까? 고마운 생각이 든다. 창밖은 곡식이 익어가고 벼이삭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배추밭엔 갈증을 호소하는 배추가 힘겹게 자라고 있어 세상은 식물이나 사람이나 만만치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조만간 단풍도 들겠지?

열심히 햇살 머금고 은행나무도 노랗게 물들이며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가을나들이 나오라고 손짓을 하겠지 하며 자연스레 계절을 만끽한다.

세월이 변하여 계절도 시간도 느끼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전하고 싶다. 계절변하는 모습만 상상해 봐도 인생이 그리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온방도 냉방도 잘되는 작업장과 환경이 변하지 않는 세상은 편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직도 불편한 계절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하늘 한번 올려다보세요”라고 말하면 한심하다고 할까 생각하다 아침을 맞이하며 호박잎 넣은 된장국을 한 입 떠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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