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운사 선생 추모제, 21일 한운사기념관서 개최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부(富)는 바닷물과 비슷해서 마시면 마실수록 목마른 것”

방송작가의 대부, 라디오 드라마의 선구자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우리나라 대표적인 극작가 한운사(1923~2009) 선생의 작품 속 대사다.

1960~1970년대 주로 활동했던 선생의 작품 속 대사들은 21세기인 현재까지도 이질감이 없이 울림을 준다.

충북 괴산군 청안면 출생인 한운사 선생은 청주상고 졸업 후 1946년 서울대 불문과 재학 시절, KBS라디오 드라마 ‘어찌하리까’로 데뷔했다.

데뷔 후 ‘빨간마후라’, ‘남과북’을 비롯해 수많은 방송드라마와 영화, 소설 등을 쓴 한국 1세대 TV드라마 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한운사 선생은 사실상 한국 방송드라마를 탄생시키고 개척한 TV드라마의 대부로 불린다. 한 때 선이 굵은 인간상과 인물들을 등장시킨 작품을 선보이며 ‘민중의 교사’라 불릴 만큼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선생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유려한 특유의 거침없는 필치로 시대와 세상, 인간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봤다.

데뷔 초, 선생은 사람 사는 이야기에 혼을 불어넣는 작업에 충실했고 인생과 인간의 길을 묻는 진정성 있는 드라마로 일대 선풍을 일으켰다.

1960년대엔 주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소재가 많았다. 인간의 잔인성과 비인간성, 분단의 아픔과 상처, 역사의 소용돌이와 질곡의 시대상을 담아냈다.

1970년대엔 흔해 빠진 신파 멜로드라마의 품격을 유지하며 따뜻함과 꿈, 아름다움을 그렸다. 신문, 집지, 소설, 영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 드라마계의 대부로 우뚝 섰다.

1980년대에 접어들며 선생은 드라마나 소설 같은 허구 보다는 다큐멘터리 종류의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몇몇 인물들을 진솔하게 평가하는 전기를 썼고 마지막으로 신문에 연재한 진솔한 자서전도 남겼다.

이처럼 한국문학과 방송계에 족적을 남긴 그를 기리기 위해 동양일보와 (사)한국방송작가협회는 오는 21일 오후 2시 10분 한운사기념관(괴산군 청안면 청안읍내로 45-6)에서 한운사 선생을 기리는 추모제를 개최한다.

이날 추모제는 배우 노주현씨, 신상일 전 방송작가협회장, 김수현 드라마 작가 등 방송과 지역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선생의 위패를 봉안할 운사나무비 제막식도 예정돼 있다.

선생의 고향인 괴산군은 청안면 생가터에 8억5000여만원을 들여 한운사기념관을 세웠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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