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호 충북예고 교장 충청대 작곡전공 수시 합격
고교 1학년 때부터 품은 꿈 가정형편 때문에 음대진학 포기
예고 부임해 잊고 지낸 꿈 꿈틀…제자들과 틈틈이 입시 준비

 
박창호 교장
박창호 교장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학창시절 품었던 꿈을 정년이 다돼서 인생2막으로 설계를 세우고 나선 현직 고교 교장이 눈길을 끈다.

내년 2월 정년퇴직을 앞둔 박창호(61) 충북예고 교장이 작곡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늦깎이 음대생으로 변신한다.

박 교장은 2023학년도 충청대 실용음악과 작곡전공 수시모집에 응시, 지난 15일 실기시험을 거쳐 21일 당당히 합격했다.

그는 고교 1학년 국어 시간에 박목월의 시 ‘나그네’를 듣는 순간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 곡을 붙였다.

당시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 교수에게 편지로 ‘당신의 시에 노래를 붙여봤는데 괜찮겠냐’고 묻자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의 엽서를 받고 음대 진학의 꿈을 품었다.

하지만 4남매의 장남으로 레슨비가 많이 드는데다 ‘음대 가서 어떻게 먹고 살거냐, 가난한 집에서는 선생이 최고’라며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사범대 진학을 권유하는 부모의 뜻에 따라 음대 진학을 접었다.

1979년 공주사대 불어교육과 진학해 한국교원대(석사)를 졸업하고, 1990년 3월 교단에 첫발을 들여놓으며 가족들의 생계를 돌봤다.

전주 출신 박 교장은 제천 청풍고 초임발령 후 청주 용암중·금천고, 청주외고, 옥천 청산고 등을 거쳐 충북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를 지냈다.

이어 충북교육과학연구원 연구관, 청주 주성중 교감, 대안학교 은여울중 교장, 진천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지내고 대안학교 활성화 방침에 따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충북교육청 교육국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교육행정과 연구 분야를 두루 거쳤다.

진천교육장 재임시절에는 ‘생거진천 행복교육’이라는 진천만의 특색 있는 슬로건을 만들고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처럼 30년 넘게 교단과 교육계를 지키면서도 고교시절 꿈을 한 번도 접지 않았다.

때마침 지난 3월 충북예술고에 부임해 예술가의 길을 걷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잊고 지낸 작곡가의 꿈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도내 유일 예술고인 충북예고는 ‘음악’, ‘무용’, ‘미술’ 세 분야에 미래 예술인들의 꿈과 재능이 피어나는 곳이다. 아침 등굣길엔 해금과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진다.

박 교장은 음악과 학생들과 야간에 피아노 연주 등을 함께 연마하며 차근차근 대학입시를 준비해 왔다. 점심시간과 저녁때 틈틈이 짬을 내 1시간 넘게 피아노를 치는 맹연습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침내 40여 년 전 자작곡 ‘나그네’를 통해 음대 진학에 성공했다.

박 교장은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을 찾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식뻘 되는 학생들과 공부한다는 기대가 설렌다”며 “삶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벌써부터 각오에 찼다.

그는 “별이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꽃이 있기 때문”이라는 소설 ‘어린왕자’ 구절을 소개하며 “학생들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꿈을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지영수 기자 jizoon1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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