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란 청주시립도서관 사서팀장
[동양일보]지난 10월 14일 청주교도소에서 특별한 토론회가 있었다. 책읽는청주는 매년 청주교도소 재소자토론회를 열어왔는데 코로나로 인해 2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책읽는 청주 시민독서운동’은 사회적 소통을 위해 토론을 핵심으로 하는 독서운동으로 나는 10여년 전 같은 행사로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도 입구에 서니 무척 긴장됐다. 도서관 옆 회의실에서 5명의 참여자와 올해 책읽는청주 청소년부문 선정도서 ‘불편한편의점’으로 만났다.
참여자 중 일부는 매번 참여하고 있다며 우리를 무척 반가워했다. 책 이야기가 시작되자 참여한 재소자들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불편한 편의점’의 등장인물들은 평범한 삶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나서야 비로소 삶의 이면과 주변 사람들을 보게 되는 내용이다. 수인인 참여자들이 공감을 일으키기에 아주 좋은 책이었고, 진심어린 대화가 격의 없이 이어진 시간이었다. 오랜 세월 수감생활을 하는 한 참여자는 매년 찾아오는 ‘책읽는청주토론회’는 자신에게 한줄기 청량한 바람이라며 책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마음을 진솔하게 열어 보일 수 있는 시간으로 교도소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라 말했다. 토론 소감으로 큼직한 글씨로 눌러쓴 ‘감사하다’는 글에 가슴이 먹먹했다. 지역의 공공도서관이 교도소도서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협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990년대부터 세계 교도소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교정교화프로그램은 ‘셰익스피어프로그램(공연, 함께읽기, 토론 등)’ 이라고 한다. 셰익스피어 문학이 가진 치유의 잠재력, 윤리적 기능은 현장 속에서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이는 알코올성 치매를 가진 노숙인 주인공이 이웃들과 소통하고 서로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불편한 편의점’ 이 코로나시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효과와 같은 것일 것이다.
행사를 마치고 우리는 도서관을 살펴봤다. 6000여권의 책이 잘 정리돼 있었고, 100만원의 도서구입비도 있어 10여년 전보다는 확실히 발전적으로 변모했다. 또, 담당 교도관의 열정도 눈에 띄었는데 수형자 대상 독서클럽도 운영하고, 매년 독후감 대회도 개최하는 등 애쓰고 있었다.
독서교육이 재범률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반 공공도서관보다 시설이 좋고, 재소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노르웨이 교도소 수용자가 유럽수형자와 비교해 재범률이 현저히 낮다는 보도를 본 적 있다. 오늘 방문한 이곳도 수형자가 자유롭게 책을 골라 읽고, 자신의 권리구제를 위해 충분한 법률정보를 제공받고 있는 등 교도소도서관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교도소도서관에 대한 투자는 수용자의 교화와 갱생, 재범률을 낮추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최근 청주교도소의 이전 문제는 우리 지역의 큰 이슈다. 이는 대통령과 충북도지사, 청주시장의 공통공약으로 오랜 주민숙원인 교도소 이전 논의는 본격화되고 있다. 물론 과밀화되고 낙후된 청주교도소의 신설과 이전을 적극 환영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수형자들의 갱생에 효과적인 교도소도서관에도 시민들이 놓치지 말고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