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신우식 기자]“제 노래로 화재 피해민들이 마음에 위안을 갖고, 적은 금액이지만 수익금으로 화재 피해민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현직 소방관이 가수로 데뷔하는 일이 생겼다. 현재 충북119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이주완(53)팀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93년 1월 5일 공채로 소방에 입문한 그는 소방정책 홍보 등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방향으로 홍보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 타고난 입담을 가진 그는 각종 교육, 행사 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래를 한 뒤 교육을 해 큰 호응을 받아왔지만, 가수 데뷔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지역 행사에서 만난 지역 가수 ‘찬방’씨로부터 “가수로 데뷔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 팀장은 “막상 소방대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데뷔하기는 나이도 많아 고민이 많았어요.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가 큰 문제가 됐죠”라며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일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결국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가수 데뷔 후 소방 본연의 업무를 우선시 하되, 각종 무대에서 생긴 출연료나 수익금 등을 화재피해주민을 위한 119천사안전기금으로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팀장의 결정에 내부 직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비보잉 소방관으로 유명한 박상현 서부119구조대 소방교와 박광현 삼성소방서 삼상안전센터 소방사도 자진해서 백댄서로 동참했다. 이들의 매니저는 유민주 충북안전체험관 소방장이 맡았다.
이 소식을 들은 찬방씨는 유명 작곡가 이주호씨를 소개해줬고, 이 팀장은 바로 오디션을 봤다. 그날 그는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과 트로트 몇 곡을 불러 좋은 평을 듣고, 트로트와 연을 맺은 뒤 가수 대한민국 소방관 1호 가수, ‘S오빠(소방관 오빠)’로 데뷔했다.
데뷔 후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무대에서 어떻게 소방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낼지’다. 소방홍보와 화재피해민 구제를 위해 시작한 일인 만큼, 무작정 노래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대에 설 때면 그는 항상 소방 정책과 관련된 문구를 들고 노출하는 습관도 들였다.
그는 데뷔곡 ‘오빠하고 너하고’ 이후 1곡 정도 신곡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소방에 입문한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오랜 기간 소방관으로 일을 하다보면 트라우마로 어느 순간 무기력해지고 가슴 한 켠이 답답해 질 때가 있다”며 “이런 후배들에게 인생의 ON과 OFF를 꼭 만들어야 한다고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만으로 큰 기쁨과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 팀장도 가수 데뷔를 처음 가족들에게 말했을 때 가족들 모두가 고개를 저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응원하고 박수쳐주는 상황으로 변했다.
이 팀장은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소방공무원들이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현장에서 묵묵히 맡은바 업무를 하더라도 우리의 안전이 국민의 안전이라는 생각으로 올해를 보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올 때마다 신명나게 노래하고, 저에게만 들을 수 있는 소방상식, 안전에 관한 상식 등을 말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신우식 기자 sewo911@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