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교육학 박사

김시진 교육학 박사

[동양일보]학창시절, 한국 너머의 넓은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꿈이 있었다.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대한 나름의 문제의식으로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같은 책을 읽으며, 가난과 기아로 고통 받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국회의원실에서 일하게 됐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일어난 전기톱과 해머, 공중부양과 최루탄 투척과 같은 과격한 싸움에 회의감도 들었고, 소수 야당, 여성 비례대표 의원실 소속으로 많은 한계도 느꼈지만, 정부 견제와 입법·정책활동, 이슈파이팅, 의원외교 등의 의정활동은 20대였던 나에게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저 넓은 세상이 아닌 지금, 여기 대한민국의 문제부터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정치의 영역에서 그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깊은 고민 끝에 ‘교육’을 선택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있겠냐마는 우리 사회에서 교육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국민 개개인의 관심이 높은 반면, 이해관계가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한국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매우 낮은 편이다. 검증되지 않은 교육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즉흥적이고 직감에 의한 결정을 내리며, 단기간에 수립된 정책이 유예기간 없이 현장에 바로 적용돼왔던 선례 때문이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꺼내기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정책이 본래 의도대로 시행되기도 어려운 분야가 바로 교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육의 강력한 힘을 믿는다. 전쟁을 치르며 폐허가 된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기까지 교육이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고, 미래를 위한 가장 강력한 투자로 누구나 교육을 떠올린다. 교육은 개인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이며 유일한 방법이다. 국가가 교육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고, 개인적으로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안타깝게도 오늘의 우리 사회에 교육이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한 교육정책이 부재하다. 사실 현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명확한 의견이 없었다.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다’라는 발언에서 엿볼 수 있는 대통령의 교육 철학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상황에도, 국민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았다. 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국가의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장관 자리는 공석이었고, 뒤늦게 그 자리를 채울 사람으로 10여 년 전 같은 자리에 있었던 인사를 지명했다. 각종 논란과 실언으로 두 명의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이후의 일이다. 특별한 교육비전을 보여주지도 않았지만,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삭감, 일제고사 부활, 교육과정 개정안 등 정부가 꺼내드는 의제와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혼란스럽게 이어지고 있고, 정책 행위자들은 정책적 논의보다 정파적 해석으로 상황을 이끌어 간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엄마이자, 교육정책을 공부하고 관련 일을 했던 사람으로, 미래세대가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 감염병, 기후 위기, 산업 혁명과 기술 발전 등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앞에 백년을 좌우할 큰 계획(百年之大計)이 돼야 할 교육정책을 바라보며, 과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제라도 사라진 교육을 다시 제 자리로 찾아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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