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규 청주필한방병원장

염선규 청주필한방병원장

[동양일보] 지난 7월 유엔 ‘세계 인구의 날’ 보고서에 따르면 가파른 노인인구 증가로 인해 2025년 20.35%로 늘어나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해 대두되는 문제는 매우 다양하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린 노인 고독사,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준비 부족으로 인한 노인빈곤, 노인진료비의 획기적 증가추세, 2070년에는 노인인구가 경제활동인구(15~64세)보다 많아질 것이라 예상되는 등 저출산과 맞물린 연금고갈 위기까지, 세계 최장수 국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쌓여가고 있다. 이중에서 오늘은 노인진료비 증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자 한다.

지난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9일 발간한 ‘2021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전체 노인진료비는 전년 대비 3조7694억원 증가한 41조3829억원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16.2%(832만명)이 전체 진료비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3.4%를 차지했다. 또한 연간 1인당 진료비에서도 지난 5년간 인구 전체 평균 증가액 46만원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83만원이 증가했다. 건강보험에서의 의료보장 영역을 늘려가는 것만 할 경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질 것은 자명하다. 조기발견, 조기치료는 물론 예방을 위한 일상 속 관리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의료접근성 문제다.

지난 11일 산업연구원의 ‘K-지방소멸지수 개발과 정책과제’ 보고에 따르면 ‘지방 소멸’을 넘어 ‘지역소멸’ 시대에 진입했다는 경고음이 커졌다고 한다. 인구소멸 위험성이 있는 지역은 총 59곳에 이른다. 이 중 울산 동구 등 50곳은 소멸우려지역, 인천 옹진군을 비롯한 9곳은 가임기 여성이 노인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 또 인천 옹진군 등을 제외하면 전남, 전북, 강원, 경북, 충남 등 비수도권 지역이었으며, 부산 3곳, 울산 1곳 등 광역시도 일부 포함되는 등 지역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소멸위험 지역일수록 노인 비중은 커지는 반면 의료접근성은 확연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과거에 비해 최근 들어 공공의료 영역에 대한 논의, 비대면 진료 확대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고는 있지만, 당장 손길이 절실한 지역민들이 느끼는 기대 수준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필자도 수련의, 군의관 시절을 포함해 바로 지난주까지도 근처 노인복지관과 관내 취약지구 경로당을 찾아가 한방건강상담·무료진료를 수차례 진행해본 경험이 다수 있다. 물론 만족도도 상당했고 재방문 요청도 많았다. 도심에 가깝게 사시는 노인분들 중에서도 거동불편 이나 빈곤 등으로 인해 적정한 치료시기를 놓쳐 질병을 악화시키는 사례는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로당 한방주치의 사업’이다. 각 지자체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으나,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시 부평구, 충남 계룡시, 경기도 화성시 등에서 개인별 진맥·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을 측정한 후 만성질환 관리 상담을 진행하고, 간단한 침·약침 시술 및 추나요법을 통해 근골격계 진료를 하기 위해 한의사들과 협업중이다.

앞으로도 ‘찾아가는 의료서비스’에 가장 적합하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한의학을 적극 활용한다면 노인복지서비스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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