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인 청주 청원구청 산업교통과장

안남인 청주 청원구청 산업교통과장

[동양일보]어릴 적 가축은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며 동심을 키워줬고, 소는 큰 재산이었다. 소 장수가 다녀가면 정들었던 소는 없어지지만 대신 큰돈을 만질 수 있었다. 그래서 각 집안마다 소를 애지중지 아꼈다. 추운 겨울엔 춥지 말라고 덮석이라는 옷을 입혀주고 소죽을 끓여서 대령하고 여름이면 고삐 붙들고 들판으로 풀 뜯기로 다녔다. 지금에야 농기계가 없으면 안 되지만, 소는 쟁기질에 써래질, 운반까지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우리와 함께 했다.

예전과 달리 화식으로 자란 지금의 화식 소고기는 백화점에서 대우를 받는 성격이 완전 바뀌어 버린 세상이 됐다. 잔치가 있는 집에선 돼지 잡는 것이 필수적인 일이었고 큰 구경거리였다.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돼지 잡는 모습을 많이 지켜봤다. 솥뚜껑에 비계 둘러 전을 굽고, 돼지 오줌보를 얻어 축구하던 일들이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다.

어머니께서 푸줏간에서 돼지고기 반 근을 사다 국을 끓여 주시면 오랜만에 비계 많은 고깃국을 먹을 수 있었다. 먹고나면 위장이 놀라 설사가 나왔다. 과거 돼지는 지금과 달리 개량이 안돼 고기에 비계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에야 삼겹살이며, 목살이며 넉넉히 배부르게 먹고 있지만, 예전엔 고기를 접하기 힘들었고 생활이 넉넉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으니 ㎏ 단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 근도 아니고 겨우 ‘반 근’만 사서 무 썰어 넣고 물 많이 넣어 국으로 먹었던 것이다.

기르는 닭에게는 보리밥에 고추장 비벼 먹여 강하게 기른 후 싸움도 시켰다. 토끼 서리도 있었다. 친구들끼리 내기해서 친구들 집에서 기르는 토끼를 야밤에 몰래 서리해다 먹기도 했던 어린시절~.

그렇게 가축을 기르며 단백질을 자급 수준에 가깝게 공급받으면서 건강과 체력을 유지 해왔다.

그래서인지 집집마다 소 한 마리, 돼지 두어 마리, 닭 열댓 마리, 토끼 몇 마리를 기르며 한 집안의 재산을 불려주고 잔칫집의 음식재료가 돼주기도 하면서 작으나마 단백질을 확보해나갔다.

지금은 어떤가? 산업발전으로 이어진 소득향상으로 먹을거리 수준도 높아지는 시대에 맞춰 가축은 동심과 동떨어져 규모화, 집단화로 변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가축전염병, 악취, 분뇨처리, 탄소배출 저감 등 환경과 맞닥뜨리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 축산업 현실이다. 어떤 이는 축산업을 모두 없애고 모두 수입해다 먹으면 되지 않느냐 하는 말을 한다.

과연 모든 축산물을 수입에 의존한다면 우리가 자주 접하고 있고, 국민의 술안주와 국민의 간식으로 애용하는 삼겹살, 치킨을 지금의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먹을 수 있으며 배달을 시킬 수 있을까?

소고기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꽃등심, 안창살 등 소고기 특수부위를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 때문에 쉽게 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식량의 무기화는 막아야 한다.

환경이 중요시되는 지금 축산현장의 체질 변화와 일반인들의 공감 형성을 이끌 수 있는 연구와 과제 풀이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깨끗한 축산환경을 만들어 어릴 적 가축과 함께한 동심까지는 안 되겠지만 모두 함께 공존하면서 국민들로 사랑받으며 단백질 공급원으로 지속 가능한 축산업은 이어져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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