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신우식 기자]“왠만한 대기업에는 모두 관련 연구소가 있는데, 우리 택시 업계는 별다른 연구소가 없는 실정입니다. 전국 법인택시 종사자는 7만~8만으로 추산되는데 이정도면 대기업 규모로 봐도 되죠. 택시업계 자구책은 우리가 구해야지 남이 구해주는 게 아닙니다”
지난 7일 개최된 충북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임시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이경재(63) 이사장의 말이다.
1959년 충북 제천시 의림지에서 출생한 이 이사장은 법인택시 회사를 운영하던 부친의 모습을 보며 자랐고, 결국 제천고 졸업 이후 정비사(2급) 자격증을 취득해 1983년 정비사로 택시업계에 입문하게 됐다. 그는 2년간 택시운행과 정비사 업무를 병행했고, 지금까지 약 40년간 택시업계에 몸을 담았다. 그러면서 한때 황금기를 맞았지만, 지금은 사양길에 들어선 택시산업을 바로 세우기 위해 조합 이사장에 출마했다. 처음 출마한 2017년 선거에선 패배의 쓴 맛을 봤지만, 포기하지 않고 재차 도전해 2020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첫 선출의 기쁨을 누기리엔 당시 조합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매년 늘어가는 법인택시 사고로 공제조합은 3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었고, 미결추산 금액까지 합치면 적자 폭은 58억원까지 늘어났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 근간이 흔들리던 암흑기였다. 이 이사장은 취임 이후 자금난에 시달리는 공제조합을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공제조합 적자의 핵심은 ‘대형사고(인명피해, 다중추돌 등)’였다. 이 이사장은 ‘사고 줄이기만이 살길’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매주 핸드폰을 통해 실제 교통사고 사례 공유(블랙박스 등)와 사고줄이기 공감 포스터 제작‧배포 등으로 2019년 46.32%던 사고 발생률을 36.67%로 감소시켰다. 사고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레 자금난에서 해소된 공제조합은 현재 정상 운영 중이다.
이 이사장은 “사고 줄이기에 역점을 두면서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사들에게는 친절서비스를 당부하고, 교통안전캠페인도 함께 참여했습니다.코로나 사태에는 전국에서 최초로 조합 단위에서 지자체와 협력해 현금 탑승객의 탑승유무를 알 수 있는 080 안심콜을 도입하는 등 종사자들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택시산업 전반에 대한 검토를 통한 매력있는 택시산업 만들기’라고 한다. 현재의 영업 환경과 과거의 영업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배회나 승차장에서 대기(소위 뻗치기)하던 택시의 영업 방식도 ‘호출’위주로 변해가고 있다. 다만 과거 제정된 법률들이 아직까지 개정없이 유지되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현실에 맞춰 법 개정을 요구하려면 필요한 것은 바로 관련자료. 따라서 이 이사장은 연구소 설치가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이사장은 “택시 운임 인상 건의 등 기사들의 처우개선에도 노력해왔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통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소를 설치해 업계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통계화된 데이터를 통해 겨우 현상 유지가 아닌, 매력 없는 사업장을 매력 있게 바꿀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자율주행 자동차 등으로 택시업계는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저는 연구소 설치 후 취합된 자료와 전문가 조언 등을 통해 정상적인 택시 산업이 나아갈 길이 제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북이 택시 개혁의 선봉장이 될 수 있도록, 누구나 종사하고 싶은 택시업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앞으로 포부를 밝혔다. 신우식 기자 sewo911@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