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입문 1년 6개월 만 대상…천재 음악성 발휘
청주 경덕중 이정현양…내년 충북예고 진학

자폐를 앓고 있지만 절대음감을 타고난 천재 음악소녀 이정현(청주 경덕중 3년)양.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자폐를 앓고 있지만 절대음감을 타고난 청주 경덕중 이정현(3년)양이 천재 음악성을 발휘해 눈길을 끈다.

첼로입문 1년 6개월 만에 각종 콩쿠르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이용진(52·금융업)씨와 어머니 양성선(50·주부)씨 사이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 양이 음악적 소질을 보인 것은 생후 18개월째부터다.

음정이 정확한 콧노래를 부르더니 6세 때는 언니의 멜로디언 건반으로 애국가를 즉석에서 연주해 엄마를 깜짝 놀라게 했다. 멜로디언을 따로 배운 적이 없어서다.

자폐를 앓고 있지만 절대음감을 타고난 천재 음악소녀 청주 경덕중 이정현(3년)양이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자폐를 앓고 있지만 절대음감을 타고난 천재 음악소녀 청주 경덕중 이정현(3년)양이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2015년) 때는 피아노 건반 7개를 한 번에 눌러도 어느 음인지를 알아맞혔다. 당시 이를 알아본 특수교사가 이 양 어머니에게 전문가에게 데리고 가볼 것을 권유해 어쩌면 음악이 정현이의 자폐를 치료해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자폐아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학원이나 교육기관이 없었다. 답답함을 넘어 사회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수소문 끝에 지인으로부터 강사를 소개받아 초등 3학년 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4학년 때는 가야금을 가르치기 시작, 6개월 만에 전국장애학생음악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았다.

5학년 때는 삼성전기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장애인청소년오케스트라 헬로우샘 오케스트라에 입단했다. 하나의 곡을 여러 명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특성 때문에 사회적응을 잘 배울 거라는 기대감에 엄마가 선택한 정현이의 진로였다.

자폐를 앓고 있지만 절대음감을 타고난 천재 음악소녀 이정현(청주 경덕중 3년)양과 어머니 양성선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폐를 앓고 있지만 절대음감을 타고난 천재 음악소녀 이정현(청주 경덕중 3년)양과 어머니 양성선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악기는 첼로를 선택했다. 정현이가 높은음보다는 낮은음을 좋아해서다. 입단 6개월 만인 2018년 10월부터 각종 첼로 콩쿠르에서 입상하기 시작했다.

1년 6개월 만인 2019년에는 전국장애학생음악콩쿠르 대상, 2020년에는 전국장애인청소년 예술제 대상(문화체육부장관상), 2021년에는 전국장애인음악콩쿠르 전체 대상을 받았다.

올해 5월에는 리틀모차르트 한국콩쿠르에서 전체 중 대상을, 2022 국제서울음악콩쿠르에서는 1등을 차지했다.

정현이는 악보를 콩나물 음표가 아닌 모자이크 같은 그림으로 그린다. 나무와 집 동물 등을 사인펜으로 작게 그려 넣고 점도 찍어 넣는다. 언뜻 보면 알록달록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도화지에 그려 놓은 것 같다.

이 그림 악보는 1회 스페셜올림픽미술대회 발달장애인 미술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2022 국제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 팸플릿 그림으로 선정됐다.

지난 12일 충북교육문화원에서 열린 충북교육청 교직원오케스트라 12회 정기연주회 홍보용 팸플릿 표지로도 사용됐다.

14일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이 주최한 전국장애학생음악콩쿠르 갈라콘서트에서 첼로 연주를 선보인 정현이는 내년 3월 충북예고에 입학할 예정이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서울에서 상주하며 첼로를 배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본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어린아이처럼 서투르다.

양씨는 “정현이가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위로해 줬으면 한다”며 “자기 마음을 언어로 잘 표현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지영수 기자 jizoon1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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