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상당구청 건설과 주무관
[동양일보]나에게 있어서 특별한 2022년, 올해의 마지막인 12월이 되면서 다사다난했던 2022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출산 이후 복직으로 워킹맘의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정말 쉽지 않은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하루 2시간의 육아시간을 활용해 일찍 퇴근하다 보니 일 처리는 안 되는 것 같고 아기는 잦은 병치레에 미안함만 들고, 일도 집안일도 뭐하나 내 뜻대로 안돼 눈물로 지새운 날들이 많았다. 아기를 재우고 새벽에 눈을 떠 못다 한 집안일을 하고 컴퓨터를 켜 업무를 하기도 했다.
온 가족이 코로나를 앓기도 하고 그로 인해 사랑하는 조부모님을 잃기도 하며 개인적인 시련도 컸다. 올여름 재난업무를 담당하면서 고됨은 더욱 극심해졌고 마음도 몸도 지쳐 시부모님의 도움으로 겨우 헤쳐나갈 수 있었다.
부모님은 연세가 드시고 몸도 편치 않으시기에 자립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했지만 주변의 도움 없이 일가 육아를 병행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업무에 있어서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육아시간이라는 제도가 있고 활용할 수 있지만 업무량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 나의 업무 역량은 한계가 있고 일은 쌓여만 가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쌓이는 상황의 반복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은 있어 어떻게든 해결해 나가려고 하지만 겹겹이 쌓여가는 일에 몸이 두 개도 아닌 세 개였으면 좋겠다.
어느 누가 공무원이 삶이 워라벨이 가능하다고 했던가. 공직생활에서 느낀 점이 정말 많은 공무원들이 밤낮으로 시민의 안전과 살기 좋은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또 눈비 없이 건조해도 공무원들은 비상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연재해 관련 업무는 급변하는 예보, 상황별 다양한 변수로 예측과 즉각적인 대처에 어려움이 많다. 업무에 대한 선택 권한이 없듯 어느 공무원이나 재해 업무를 담당할 경우 개인의 역량과는 무관하게 닥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다. 또 잦은 인사이동과 한정적인 인원으로 다수, 다량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나와 같은 말단 공무원들은 준비운동 없이 전쟁터 최전선에 던져진 듯이 하루하루 상황을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공무원으로서 성실의 의무, 친절과 청렴의 의무는 다하되 희생이 강요되지 않고 개인의 기본적인 삶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기 위해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더 나은 새해를 기대하는 12월, 공무원을 바로 보는 모든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행정처리에 있어 문제점이 있으면 당연히 이를 따끔히 질타하여 주시고 재발 방지 및 바른 대처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참여와 관심을 가져주시고 격려도 잊지 않아 주셨으면 한다. 배려 깊은 격려들이 더해지면 우리 모두에게 마음의 힘을 기를 수 있고 우리 공무원들에게는 적극적인 행정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 모든 워킹맘들에게 우리의 노고가 훗날의 우리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가 될 것이라 믿으며 존경을 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