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 전통장으로 식탁 홀린 20대 ‘꽃띠 처녀’
서울서 대학 졸업후 20대 초반 농촌정착... 어머니와 ‘장’ 만들어
사계절 활용 ‘장 만들기 키트’ 인기... “청년들 영농창업 늘었으면”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아름다운 나라의 농부, 줄여서 '아나농.'
이름부터 참 예쁘다.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착하고 정겨운 이름을 지었을까 호기심이 느껴진다.
12년 전 청양으로 귀농한 김민솔<사진> 대표. 어머니 유수란씨와 함께 탄생시킨 전통 장류 브랜드 ‘아나농’으로 청양에서는 이미 유명하고 당찬 여성이다.
그녀가 얼마전 농촌진흥청에서 주최한 ‘2022년 가공상품 마케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더 놀라운 건 김 대표의 나이. 중년 이상일 것 같은 예상을 깨고 놀랍게도 그녀는 29세 ‘꽃띠’ 여성이다. 그것도 서울에서 사범대를 다닌 재원이다.
청양으로의 귀농은 대학 4학년 때 교생실습 기간에 내려온게 인연이 됐다. 어머니와 메주를 쑤고 나물도 뜯으며 농촌 생활에 재미를 붙였다. 그리고 귀농 결심.
“교사의 꿈이 있었지만 엄마를 돕다 보니 농촌에서 장 담가서 상품화하면서 작지만 ‘사업’이라는 걸 하다 보니 일이 손에 붙었다. 머리로 공부만 하다가 몸을 쓰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일, 접하지 못한 새로운 일을 하면서 이 일이 적성에 맞다고 판단.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찾아온 것이다.”
김 대표는 엄마가 애써 만들어 놓은 된장을 판매하지 못하고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기만 하는 것을 보면서 농촌정착의 첫 이유를 얻었다. 그리고 ‘판촉, 마케팅’이라는데 마음이 꽂혔다.
‘아나농’이라는 이름과 로고를 만든 후 제품 용기, 스티커 디자인 등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제품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올리는 등 홍보 마케팅에도 신경을 썼다. 상품 판매량이 늘면서 진짜 ‘사업’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아나농의 주력 제품은 전통장류다.
3년숙성콩된장, 찹쌀고추장, 전통국간장, 하루한끼청국장이 김 대표의 소중한 자식들. 그 외 발효식품 3년숙성 매실발효액, 3년숙성 개복숭아발효액, 청국장가루, 꾸지뽕청국장가루 같은 발효식품도 있다. 스마트스토어, 농협몰, 우체국쇼핑, 쿠팡 같은 온라인 매장과 청양 공주 대전 세종 등에 오프라인 공급도 한다.
체험도 빼놓을수 없다.
전통 고추장 만들기, 고추장 떡볶이 만들기, 청양농산물을 활용한 각종 식생활교육이 그것이다.
아나농이 개발한 ‘내가 만드는 전통 고추장’ 체험 키트는 체험 상품의 명품에 든다.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든 쉽게 전통 고추장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간편한 키트로, 귀여운 디자인을 적용해 남녀노소 흥미를 느낄 수 있다. 굳이 농촌에 찾아오지 않아도 영상과 재료만으로 풍부한 경험이 가능하도록 해 언택트 시대에 적합한 상품이다.
원재료는 충남 청년농업인들 또는 아나농에서 직접 생산한 100% 국내산 재료만을 담았다.
또한 동봉된 키트 이용 안내서와 유튜브로 만나는 교육 동영상은 체험을 체계적이고 쉽게 만들어준다.
지역 농업인들이 함께 참여해 오프라인 고추장 체험 강사로 활동케 함으로써 부가소득도 창출하고 있다.
위생에도 철저해 제조시 반드시 위생 도구를 사용하고 용기도 플라스틱에서 유리병으로 바꿨다. 중량은 2kg에서 250g 및 500g으로 소포장화 했다.
시행착오도 없었던건 아니다. 처음에는 항아리마다 농도나 염도의 차이가 나거나, 메주가 제대로 마르지 않아 쉬어버렸다. 직접 디자인한 스티커가 잘못 나와 몇박스씩 버리기도 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김 대표가 직접 지게차 운전을 배우거나 트럭을 운전해 주문처에 전달한적도 있다. 안해본 세무와 특허 공부도 했지만 그게 결국 오늘의 아나농을 이끈 소중한 자산이 됐다.
김 대표는 “농촌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박람회, 축제, 견학, 마켓 등 다양한 행사를 함께 하는게 큰 즐거움이었다. 신문이나 잡지의 인터뷰와 상을 받는 일 등도 행복한 경험이었고, 엄마와 이모님 등 자매들이 어우러져 함께 농촌을 지키며 사는 것이 큰 행복”이라며 “사업 덕분에 가족들 모두 안정되게 생활하고, 시골 살이에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수줍게 웃는다.
아나농은 앞으로 체험 분야의 신규 상품을 개발하고, 함께 활동할 지역 청년 농업인 강사를 양성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농촌 학습장도 지어 체험객들이 다양한 추억과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고도 싶다.
김 대표는 귀농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시대변화와 소비자의 요구에 맞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한다면 농촌에서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다”며 “농창업을 생각한다면, 많은 사례 견학과 실습을 통해 공부를 한 뒤 시작할 것”을 빼놓지 않았다.
“국민들이 우리 전통장 맛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또한 많은 청년 농업인들이 잘 성장해 농촌을 오래오래 지키는 주인공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대표의 소망이다. 공주 유환권 기자 youyou9999@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