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 ·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 ·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짜투리 시간을 활용하라” 학생들에게 늘 당부하던 말이다. 시험 보기전 분치기 초치기를 생각하면 일분 일초도 얼마나 아쉽고 소중한 지를 깨닫게 된다. 강의가 없는 방학이나 주말에 남는 시간을 주체 못하고 우왕좌왕하거나 캠퍼스에서 고성방가하는 학생들이 많다. 강의후 10분 휴식시간, 다음 강의시간까지 비는 공백시간, 식사시간이나 등교시나 차안에서도 책을 보는 이는 없고 핸드폰에 빠져 모두 자라목이다.



필자가 짜투리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은 46년 전 군생활때 였다. 군에는 "어영부영"이란 말과 "중간이 최고"란 말이 있어 초년병시절 그렇게 보냈다. 유격훈련을 받던 어느 날, 50여명이 훈련중이었는데 모두 기진맥진한지 복창소리가 모기소리만 해서 화가 난 조교는 기압으로 선착순 5명을 골라내는 포복을 시켰다. 기운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신 소리쳐 주기를 바래 입을 꼭 다물고 있었던 자신이 문득 부끄러워 호되게 기압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복 앞으로”라는 조교에 명령에 번개같이 빠르게 포복을 하다보니 2위와 약 50m의 거리로 맨 앞에 있게 되었고 전투복 팔꿈치는 피로 얼룩져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선두와의 큰 차이에 조교는 "야 꼬맹이 너 미쳤구나"하고 싱긋 웃더니 "훈련 열외하고 계곡에 내려가서 피닦고 가제잡고 쉬어라"는 명령했다. 내 생애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이날 이후 훈련이든 사역이든 앞장섰고 험한 일에도 서슴치 않고 자원을 하였다. 중간에 있다는 안도감 보다는 남보다 앞장선다는 자신감과 희생정신, 최선을 다한다는 뿌듯함에서 였다. 고교졸업 시까지 1등 한번 못 해보았고 재수에 시험만 보면 낙방하고 숏다리에 체구도 왜소한 필자였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모든 훈련 및 교육에서 줄곧 선두에 설 수 있었고 제대하는 그 순간 최고의 용사가 되어 있었다. 학교나 사회에서는 그렇게 열심이던 동료들이 군생활은 어영부영 보내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전우 중에 고참 말년시에도 새벽 3시부터 기상 시까지 말뚝 불침번을 서면서 공부를 하여 복무중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몇 개의 외국어를 마스터한 전우가 있었다. 그는 군복무동안 시간과 조명이 허락하는 모든 장소에서 책을 본 것으로 기억한다. 군 생활의 짜투리 시간을 모으면 아마도 반년도 넘으리라~. 긴 군생활을 때운다는 소극적인 마음보다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젊음의 일부라는 적극적인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혹독한 훈련 후 10분간 휴식시간에 읽는 한 편의 시, 한페이지 책을 읽는 것은 차라리 희열이 아닐까! 군문에 가야만 하는 우리 젊은이들이여! 군입대시 군복주머니에 얇은 어학사전 하나, 시집 한편을 넣어 가서 흩어진 짜투리시간에 항상 펼쳐보라! 하루에 5번 펼치면 제대시에는 휴지처럼 너덜너덜 해지리리라~. 범학으로 부족한 능력을 메우기 위해 정년퇴임 후 칠십이 가까운 나이에도 여유를 갖지 못하고 짜투리 시간까지 바둥되며 살아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서글퍼질 때도 있지만 최선을 다할 때 나 자신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 33년전 신임교수 임용시 “정년까지 건강이 허락한다면 정년퇴임 순간이 나의 최고의 순간이자 가장 성숙한 모습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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