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 위해 음악 분석 AI 개발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가수 박새별씨.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지난 17일 오후 대전 유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 스포츠 컴플렉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졸업생 전체가 참여하는 2023년도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박사 691명, 석사 1464명, 학사 715명 등 총 2870명이 학위를 받았다.

한국 과학계의 미래를 이끌 KAIST 학위수여식장. 다양한 분야에서 수백 명의 과학도가 배출됐지만, 이날 단연 눈에 띄는 졸업생은 싱어송라이터 박새별(38)씨다.

박씨는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인공지능(AI)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박씨는 2008년 가수로 데뷔해 직접 작사·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이름을 알렸다. 이전까지 AI와 크게 관계 없던 삶을 살아 온 그는 ‘음악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 입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2019년 학위 이수 요건을 갖췄지만, 연구 완성도를 위해 졸업을 늦춘 끝에 박사과정 9년 만의 결실을 얻게 됐다.

박씨는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잘 이해하는 것처럼 음악을 분석·이해하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해서 연구를 시작했다"며 "인문학과 공학을 함께 연구하는 게 어렵긴 했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데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향성·비전만 보고 KAIST를 택했다"며 말했다.

그는 챗GPT처럼 컴퓨터가 인간 언어를 이해·분석하게 만드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음악 멜로디를 텍스트로 표현·분석하는 연구를 했다.

박씨는 "음악은 우리가 듣는(오디오) 개념이 아니라 언어로 치면 A·B·C·D 같은 인간이 가진 하나의 단위로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단위를 가지고 있다"며 "이처럼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방법론을 음악에 사용해 봤다"고 설명했다.

소리의 형태인 음악을 자연어 처리 방식으로 분석하려면 음표·박자 등을 마치 언어처럼 문장·단어 형태로 구현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박씨는 이 과정에서 멜투워드(Mel2Word)라는 알고리즘을 직접 고안해 연구에 적용했다.

멜로디를 텍스트로 바꿔 분석하면 단순하게 음정을 표현하는 소릿값이 아니라 단어 혹은 문장으로서 의미·맥락을 가진 수치들로 표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씨는 "그동안 주관적인 감상·정서의 산물로 여겨진 음악을 객관적인 수치로 계산해 분석할 수 있는 정량적 틀을 개발한 연구"라며 "향후 음악의 유사성은 물론 독창성·예술성·대중성까지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할 수 있고, 인간이 음악에 반응하는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실마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2017년부터 백석대 음악 관련 학과에서, 2020년부터 홍익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홍익대 강의는 심리학 기반의 인간관계론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학부에서 문화기술 과목과 음악 정보 검색 과목을 강의 중이다.

그는 "코로나19로 공연·방송들이 자연스럽게 취소돼 아예 AI와 자연어 처리 분야를 새롭게 깊이 파보자는 각오로 매일 10시간씩 공부했다"며 "매일 아침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외치며 지금까지 달려 온 것 같다"고 했다.

'박사 학위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박씨는 "KAIST에서 석·박사를 했던 10년여의 기간은 학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면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좋은 학자.음악가로서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정래수 기자 raesu197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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