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궂은일 도맡아...오랜 상인회 임원 활동 ‘자양분’
상권 활성화 통한 고객 유치가 최대 관건
[동양일보 윤규상 기자]충주에서 가장 큰 번화가인 성서동 일대는 수십여 년 동안 젊음의 거리로 불리며 중심지 역할을 해냈다.
유명업체 대리점은 물론 유행에 따라 각종 업종이 성황을 이루며 상권 활성화 중심지였지만, 인터넷 상거래 증가로 10여년 전부터 각 점포가 문을 닫고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폐업 행렬이 이어지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충주 노른자위 상권으로 불리는 성서동 중심가에 최근 수백여 점포주들의 줄도산 위기 극복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나선 상인대표가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다수 회원의 강권(?)으로 상권 활성화 구원투수로 선출된 신임 성서중심시장상인회 안진영(60) 회장.
신임 안 회장의 성서동 중심가 진출 인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대 초반 서울로 상경해 청계천 의류공장에서 졸린 눈을 부릅뜨고 일을 배우던 젊은 청년이었다.
공장에서 보조 꼬마 생활을 시작한 그는 어느 정도 일을 배워 수준급 재단사 수준으로 올라선 뒤 30대 중반에 고생스러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충주 중심가에 자그마한 의류 수선업 가게를 차렸다.
배운 것은 어린 시절 고향에서 농사짓는 법과 청년 시절 서울에서 옷 만드는 것밖에 없었던 터라 의류 수선업은 적성에 딱 맞는 직업이었다.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손님을 맞이했고,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가게 문을 열어 고객서비스 질을 한층 높였다.
동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맨 앞줄에 나섰고, 재빠른 손놀림과 깔끔한 의류수선 실력은 금세 소문이 알려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수십여 년간 의류를 맡긴 단골이 한둘이 아니다.
어느 정도 지역 의류수선 업계에서 자리매김한 그는 개업 몇 해가 지나자 직원들에게 주된 일을 맡긴 뒤 동네 봉사활동에 앞장섰다.
제일 먼저 동네에서 봉사활동 최전선에서 맡은 직책은 새마을지도자였다.
새마을운동 끝물이던 시절 새마을지도자로 나선 그는 그동안 동네 궂은일 언저리에서 설움을 달래듯 닥치는 대로 고질적인 동네 현안 해결에 앞장섰다.
2000년대 초반 성서동은 수많은 상인이 어우러져 있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큰 목소리를 내는 부류가 적지 않았다.
촌놈 기질에서 우러난 그의 우직함을 눈여겨본 시내 중심가 유지들은 저돌적이고 착한 성품을 인정하고 동네일을 하나씩 떠넘겨 25년째 성서동 새마을지도자를 맡고 있고, 주민자치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충주지역 중심가 상권을 총괄하는 상인회 대표를 맡은 것은 그동안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상인회 간부로 활동한 경력이 자양분”이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충주지역에서 성서동 상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연 1위로, 지자체에서도 관심거리다.
수많은 상인이 모인 가운데 지역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일부 인사들이 생업에 종사하는 특성상 뒷말이 무성했고,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점포주 협조를 끌어내는 것은 가장 힘든 일이었다.
그는 상인회 간부를 맡아 현안 해결을 위해 수년간 동분서주한 결과 마침내 지역 최고 중심가인 성서동 상권 전체를 아우르는 매머드급 상인회 회장을 맡게 됐다.
충주 중심가 도심 상업지역을 아우르는 성서중심시장상인회는 시 전통시장상인연합회 소속으로 지역 인정시장 11곳 가운데 하나다.
2017년 충주성서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으로 출발한 뒤 2020년 12월 성서중심시장상인회로 명칭을 변경한 회원들은 상호 복리증진과 자질 향상, 고객서비스 제고, 경제적 지위 향상 등 상가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은 성서동 젊음의 거리는 상인회 관할 지역이 6만3357㎡ 면적으로 점포 수는 361곳에 달한다,
중심가 상권은 제조업 2곳과 소매업 199곳 숙박과 음식점업 33곳, 서비스업 10곳, 기타 48곳이 운영 중이다.
자영업 종사자 400명이 상주하며 종사자 수는 약 500여명이고, 번화가 유동인구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유명 상표 의류 판매점과 귀금속, 잡화, 극장, 커피숍 등 주로 젊은 층 고객이 찾아오는 성서동 젊음의 거리는 특성상 지역 유행 흐름의 척도다.
그만큼 업종도 다양하고 트렌드 변화도 빠르다.
변화하는 세태에 적응하기 위해 그는 상인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회원들과 함께 각종 정부 공모사업과 지자체 보조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해 왔다.
2019년에는 첫걸음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으로 프리마켓 영수증 이벤트와 상인 마인드 교육, ‘서포터즈가 간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 상인회 주도로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이듬해는 희망사업프로젝트(문화관광형 시장)에 선정돼 힐링공원 조성과 가을꽃 축제, 홈페이지 구축, 현수막 거치대 설치, 화단 조성, 안내지도 제작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2021년은 상인회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주차환경개선사업에 선정돼 약 60여억원을 지원받아 44대 규모로 주차장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사업이 준공되면 가장 큰 고민거리인 고객 주차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고 그는 기대감을 표했다.
지난해는 점포 163곳을 대상으로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을 추진했고, 특화사업으로 고객이 영수증을 제출하면 상품권을 지급하는 ‘시장애 투어’, 아바타로 변신한 온라인 고객이 물건 구매 시 직접 배달해주는 ‘메타버스 이벤트’ 등 젊은 층 확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올해도 다양한 공모사업과 보조 또는 자체사업을 통해 고객 유치와 지역경제는 물론 상권 활성화에 보탬이 될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안 회장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현재 70여곳에 달하는 관할구역 내 빈 점포를 채우는 일이다.
2025년까지 상인회장직을 맡게 된 그는 “상권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개인 재산권 문제도 선결돼야 할 사안”이라며 “중심가 상권의 공실률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지역경제의 척도인 중심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임원진과 함께 약 200여명의 회원을 결집해 옛 충주 번화가 명성을 되찾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충주 윤규상 기자 yks0625@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