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순화 단양군 자치행정과 서무팀장

천순화 단양군 자치행정과 서무팀장

[동양일보]연초에 필자는 1박 2일간 부서장님들을 모시고 워크숍을 다녀왔다.

워크숍은 편도로 4시간이 소요되는 전남 순천시에서 했다. 단양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느낄 수 있는 환기 효과를 내심 기대하며 떠났다.

오랜만에 책상을 접하고 학생이 된 기분으로 듣는 강의에 마음이 설레었다. 강의는 모두 유익했지만 그중에서도 현존하는 작가님의 인문학 강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렇게 공유하고자 한다.

87세라는 많은 연세지만 장장한 모습을 한 작가님은 호기심을 가득 담고 바라보는 모두를 향해 “소설가란 하늘에서 받는 형벌(天刑)의 주인공이다.”며 전업 작가가 갖는 고뇌로 포문을 열었다.

많은 세월을 살아온 인생의 선배이면서 작가라는 직업상 보통 사람보다는 더 깊은 성찰로 평소 깨달은 삶에 대한 소회를 배설해 주셨다.

아래 내용은 작가님이 ‘어떻게 살 것인가?’란 주제로 한 강의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잘 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염라대왕법’ 즉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윤리성’을 자각하며 사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사람을 공평하고 올바르며, 정직하게 대하는 마음으로 죽어서 절대자 앞에 섰을 때 떳떳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가까이 있는 가족부터 민원인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공정성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내가 창조적이라고 느끼며 사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예술성을 담고 있으며 사람만이 달을 보면서 계수나무를 생각할 수 있는 존재다. 대부분은 습관적으로 보편적인 삶을 살고 있으나 그래서는 희열이 생기지 않는다.

꼭 거창한 행동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똑같은 위치에 있는 장롱이라도 옮겨 보고 주전자 하나도 내가 원하는 것으로 구입해 보는 것이다.

업무를 할 때도 어떻게 창조적으로 해나갈까를 고민하고 궁리할 때 지나온 과거는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자본의 노예로 풍전등화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자본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

자본에 넋이 팔리면 본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으며 주체적인 삶을 살지 않으면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활자를 읽어야 한다.

활자는 사색과 지적인 훈련으로 창조적인 자아를 만들어 준다.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은 업무에서도 자신만의 생각과 빛깔을 얹는다.

넷째는 ‘사랑하는 마음’이다. 사랑만이 가장 큰 권력이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연애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보자.

다섯째는 ‘건강’이다. 이 모든 것은 건강한 바탕에서 이룰 수 있다.

강의를 들을 때도 좋았지만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기억을 반추하는 기회가 됐다. 보편적인 보통의 삶이 안전하고 편할 수는 있지만 솔직히 재미는 없다.

이해되는 예외성으로 삶의 연지곤지를 찍으며 먹물이 번지는 삶을 살아간다면 시 푸른 나무가 뿜어내는 싱그런 에너지와 같이 우리의 일터와 일상이 싱싱(sing sing)함으로 일렁이는 하루하루의 신화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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