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기 청주시 축산과 축산자원팀장
[동양일보]조사료의 조(粗)는 한자로‘거칠다’,‘크다’라는 뜻이고, 영어로는 roughage, bulky feed다.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크고, 거친 섬유질 사료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양학적으로 살펴보면 지방, 단백질, 전분 등의 함량이 적고 섬유질이 18%이상 되며, TDN(가소화영양소 총량)함량이 50%보다 낮은 것을 말하며, 대표적으로 청초, 건초들이 포함된다.
쉽게 말해서 사료업체에서 구매하는 포대 사료(농후사료)가 아닌 목초 등의 부피가 큰 풀 사료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그럼 왜 조사료가 축산학적으로 중요한 것인가? 조사료는 초식가축의 주 영양소 공급원으로 소에게는 사람과는 달리 반추위(4개의 위)가 있어서 각각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특히 육성기 반추위의 발달을 좋게 해 소화와 대사작용에 큰 도움을 주고, 질병예방과 면역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한다. 비육소는 증체량과, 번식소는 임신능력이 향상돼 농가 소득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젖소농가에게는 급여하는 조사료 함량이 적으면 제1위의 PH가 낮아져서 산유량과 유지율(우유내 지방함유율)의 감소를 초래한다. 그럼 이렇게 좋은 조사료를 왜 많이 수확하지 않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지의 제한성에 따른 경작면적이 충분치 않고, 축산농가들의 노령화로 노동력 부족 및 비싼 장비와 농가의 수입 조사료 선호 등의 이유가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조사료 자급률은 82.7%로 집계되고 있으나 그중 볏짚이 70%를 차지하여 실질적 양질의 조사료 자급률만 본다면 30% 수준이라 보는 관점도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이유로 해외 곡물가 인상에 따라 2020년 기준 사료가격이 최대 50% 정도 치솟아 소사육농가들에게 어느 때보다 자급사료 확보가 시급하다.
조사료를 계절적으로 분리하면 가을에 심어서 다음 해 봄에 수확하는 동계조사료(호밀, 청보리,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와 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하는 하계조사료(총체벼, 사료용옥수수, 수단그라스, 사료용피 등)가 있다. 청주시는 올해 사일리지제조비, 조사료 수확장비, 종자대 등 조사료생산기반조성 9개 사업에 32억 7천만 원을 투입해 지원에 나섰고, 정부에서는 논 하계조사료 전략작물직불제도를 신설해 전년도 벼재배 논에 하계조사료를 재배하면 ha당 최대 480만 원(충청북도 최대 630만 원)을 지원할 계획으로 이달 말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쌀소비량 감소에 따른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계획으로 논에 조사료 등(전략작물)을 재배하여 직불금까지 지원하는 고육지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축산농가의 관심과 의지만으로는 전략작물직불제도의 면적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벼 재배를 하고 있는 경종농가의 유기적협조와 농·축협 등 유관단체의 생산·유통소비관련 적극적인 참여가 함께 어우러져야 사업이 목적에 맞게 원활히 추진될 것이며 소사육농가의 조사료 수급문제가 조금이나마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