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식 국원문화재연구원장·문학박사
[동양일보]청주시 서원구 모충동의 매봉산에는 화암사라는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사찰은 연혁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청주시 불자들의 도량으로 신앙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화암사 경내로 들어오는 초입에는 2010년에 충북유형 문화재 제316호로 지정된 고려시대의 석조비로자불좌상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 불상이 비록 화암사의 소유는 아닐지라도 문화재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화암사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불상의 상태가 지극히 양호한 상태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화암사의 봉양으로 인하여 이 비로자나불좌상이 현 상태로 보존되고 유지되어 왔음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근래들어 청주매봉근린공원 민간개발사업으로 화암사의 존폐문제가 대두되고 있어, 심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화암사는 고려후기의 소작으로 추정되는 높이가 약 70cm인 석조나한상 2구를 봉안하고 있다. 또한 조선초기에 간행된 여러 권의 경전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목판본인 “십지경” 2책과 “금강경” 2권, “수륙무차평등재요” 등은 간행시기가 임진왜란 이전에 인출된 것으로 당시의 신앙내실은 물론 시대적 상황을 알 수 있는 희귀본들이다. 당연히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아야 할 학술적 가치가 충분한 이들 문화자산은 아직까지 지정되지 않았으나, 현재 지정 신청 중에 있다고 한다.
충청북도에서는 2019년부터 미래유산의 발굴사업에 노력하고 있으며, 문화재청은 최근에 역사문화정비기본계획을 마련하여 “고대의 역사문화, 오늘의 유산, 미래의 자산”을 정책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지향점은 지역문화의 배양에 기여하고자 함이라고 하겠다.
화암사는 규모가 비록 작은 사찰이기는 하나 오랫동안 청주시민들의 신앙도량으로 꾸준히 영속되어 왔으며, 이 사찰이 소장한 문화자산들의 가치로 볼 때, 불 · 법 · 승의 3보를 지닌 사찰이다. 따라서 청주시 불자들의 안식처이며 귀의삼보 도량인 화암사는 미래의 문화자산으로 반드시 유존되어야 한다.
<보존>과 <개발>이라는 상충된 이슈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