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식 충북도 환경정책과장

강창식 충북도 환경정책과장

[동양일보]며칠 전 숨진 15개월 딸을 3년 동안 김치통에 숨긴 혐의로 30대 친어머니가 재판을 받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게 됐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딸이 숨져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를 아동학대 치사와 사체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현재 의정부지방법원에서 공판을 열어 판결을 앞두고 있다.

아무리 세상 민심이 흉흉하고 악해지고 포악해졌다한들 어떻게 친어머니가 자기 딸 시신을 3년 동안이나 여행용 가방과 김치통에 숨길 수 있을까. 암만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와 용납이 안 되는 천인공노할 이런 사건이 대한민국 땅에서 이따금씩 일어난다.

이 사건과 결은 조금 다르지만 솔로몬의 지혜가 세상에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된 유명한 사건 판결이 있다.

한 날은 갓난아이 하나를 두고 서로 제 자식이라며 우겨대는 여자 둘이 솔로몬 판결을 구하기 위해 찾아왔다. 여자 둘은 각자 아기를 낳아 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아기가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기 어머니가 잠결에 뒤척이다 아이 얼굴을 덮쳐 아이 숨통을 막는 바람에 그랬는지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이는 숨을 쉬지 않았다. 깜짝 놀란 그 여자는 순간 위기 모면을 위한 묘책이 떠올랐고 같은 집에 사는 다른 여자의 아이와 얼른 바꿔치기를 했다.

그리하여 여자끼리 울고불고 싸움이 났고 산 아이는 서로 제 아이이요 죽은 아이는 다른 여자 아이라며 한 치도 물러섬이 없었다. 솔로몬도 누구 편을 들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마침내 솔로몬은 한 신하에게 칼을 가져오라고 명하고 산 아이를 반으로 쪼개 반쪽씩 나눠 주라고 한다. 그랬더니 한쪽 여자는 내 것, 네 것이 안 되게 반으로 쪼개자고 더 악을 썼고 다른 한쪽 여자는 벌벌 떨리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산 아이를 어떻게 그리할 수 있느냐며 아이를 저편 여자에게 주라고 간청한다.

이에 솔로몬은 아이를 살려달라고 간청하는 그 여자가 아이의 진정한 어머니라며 그쪽 손을 들어주는 명판결을 내린다.

솔로몬이 판결한 아이의 어머니가 친모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대부분 사람들은 설마 아니 친모가 산 아이를 반으로 쪼개달라고 했을까 하며 아이 어머니를 당연히 친모라 여긴다.

그렇다면 솔로몬의 명판결 치고는 너무 싱겁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어머니가 친모다, 아니다를 떠나 솔로몬의 지혜가 놀라운 것은 아이의 입장을 우선한 판결이라는 점이다. 친모든 계모든 상관없이 이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는 여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낸 것이다.

앞서 보기를 든 것처럼 친모인데도 숨진 자기 아이를 김치통에 3년간이나 보관하는 참담한 패역질을 저지른 경우도 있다. 친모라 해서 무조건 자기 자식을 잘 키운다는 보장은 없다. 또 계모라 해서 자식을 소홀히 키우고 냉대할 거라는 통념도 맞질 않다.

우리 주변에는 입양아를 정말이지 친자식처럼 키우고 성장시켜 사회의 본보기를 주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많이 순화됐다고들 하지만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차가운 쪽이다. 특히 보육원에서 성장한 아이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더 차갑다.

솔로몬의 판결이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자명하다. 아이의 올바른 성장이 첫째요, 이를 잘 감당할 부모가 그 다음인 것이다. 그 부모가 친부이든 친모이든 계부이든 계모이든지는 덜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금도 아동학대 등으로 아이 몸에 시퍼런 멍이 들고 심지어 사망사건으로 이어지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또 장애아동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OECD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이 합계출산율 최저 국가라는 오명을 씻고, 아이들이 좀 더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솔로몬의 지혜를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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