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희 오창읍 맞춤형복지팀장
[동양일보]여기 시각장애인 60대 아들과 거동 불편 80대 노모가 지은 지 60년 된 구옥에 살고 있다. 외부와의 단절이 익숙한 듯 오늘도 대화가 없다. 한때 대가족이 단란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들 돌아가셨고 애석하게도 노모의 장성한 아들들도 사고, 질병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죽은 아들들이 사용했던 농기계, 연장, 생활용품 등을 버리지 못하고 바라보는 게 노모의 유일한 추억이고 위로였다. 충분히 공감된다. 하지만 추억이 길어질수록 우울감은 깊어지고 어느 순간 집안은 안 쓰는 물건들도 가득 찼다.
저장강박(complsive hoarding)은 물건의 가치와 상관없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주거지에 사용하지 않는 짐들이 쌓여 위생, 화재, 낙상 등 각종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우리 청주시는 2020년 10월 저장강박 의심가구 주거환경개선 및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청주시 저장강박증 의심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 제정 후 충북 최초로 주거복지센터가 설립되고 43개 읍면동에 깔끄미봉사단이 구성되어 각종 사회단체와 협업해 저소득층의 주거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위의 사례를 발견한 것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와 마을 이장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남의 집 일에 침묵하는 게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남의 집 일, 특히 위기 상황이 인지되면 발견 즉시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알려줘야 한다. 의무이다. 집안에 적치된 물건들을 본 순간 무서운 눈초리로 나를 경계했던 노모는 시집간 딸과 마을 이장님의 공조로 두 달 만에 대청소를 허락했다. 마을에서는 봉사자들을 위해 점심 식사를 준비했고 주민 트럭 3대를 가져와 멀리 떨어진 쓰레기 집하장까지 실어 날랐다.
저장강박 의심가구의 대청소는 위의 사례처럼 본인 동의를 받는 것이 어렵고 표준화된 매뉴얼이 없어 공무원과 주민 역량에 의해 좌우된다. 이에 우리 오창읍에서는 사회보장협의체 특화사업으로『쓸고닦고 깔끔한家』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쓰레기집을 발견하면 오창읍 깔끄미봉사단을 중심으로 유관기관과 협업해 대청소를 실시하고 집수리와 생활가전을 구입․연계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대청소 후 집수리, 생활용품 지원 등 새로운 환경이 추가되어야 심리적 안정이 크고 유지 노력이 생긴다. 마치 학생이 공부방이 생기면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지듯.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상향된 주거환경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사후관리에 힘쓰는 것이다.
누구나 깨끗하고 아늑한 집에서 살기를 원한다. 매 끼니 식사, 계절별 의복도 중요하지만 편안하고 아늑한 집에서 휴식하고 잠자는 것이야 말고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 아늑하고 깨끗한 공간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비난’이 아닌 ‘관심’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오창읍은 “쓸고 닦고 깔끔한 家”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