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슬기 청주자생한방병원 원장

손슬기 청주자생한방병원 원장

[동양일보]흔히 직장인들은 하루 8시간 이상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곤 한다. 이로 인해 손목 통증과 함께 손 저림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일시적인 증상일 수 있지만 일주일 이상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수근관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16만6094명이었던 손목터널증후군 환자가 지난해 16만9384명으로 증가해 17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환자가 12만4536명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남성(4만4848명)의 약 2.8배에 달했다.

이처럼 많은 직장인과 여성들의 손목 건강을 위협하는 손목터널증후군은 손가락이 저리거나 통증이나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손목에 전달되는 반복적인 자극이 원인이며 이는 손목 터널 내부 압력을 높여 중앙을 지나는 정중신경을 압박하고 통증을 유발한다.

증상 초기에는 손바닥과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다른 손가락에 저림증상이 나타나며 손이 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은 것 같은 느낌이 동반된다. 증상이 자연스럽게 호전되기도 하지만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직장인이나 미용업 종사자, 악기 연주자의 경우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며 직장인뿐만 아니라 젊은층에서도 손목터널증후군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의가 필요하다. 손목에 통증이 발생했다면 연령과 상관없이 조기에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손목터널증후군 증상 발현 시 상태 확인을 위해 이뤄지는 검사로는 손목굴곡검사(Phalen's test)와 티넬검사(Tinel sign)가 있다. 두 검사의 경우 질환이 의심될 때 자가 진단법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손목굴곡검사는 양쪽 손목을 구부리고 맞댄 채 1분 후 손가락의 통증의 이상감각이 발생하는지 체크하는 검사를 말한다. 티넬 검사의 경우 손목터널을 두드려 자극을 가했을 때 손가락에 이상감각이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저림이나 통증이 느껴진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검사 결과 손목터널증후군을 진단받은 경우라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며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한방 비수술 치료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손목터널 부위의 긴장과 염증을 해소하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치료를 실시한다. 대표적인 한방 치료법으로는 침·약침치료가 있다. 먼저 양계혈, 열결혈 등 손목 주변 혈자리에 침을 놓아 뻣뻣하게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부드럽게 이완한다. 이어 벌에서 추출한 봉독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봉침과 같은 약침치료를 통해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을 빠르게 제거한다.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침치료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미국 하버드의과대학 공동연구팀이 79명의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침치료 후 손목터널증후군 증상이 감소했으며 이 같은 효과는 3개월 뒤에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연구팀은 환자들을 침치료군과 침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눠 8주간 침치료를 실시했다. 이어 보스턴 손목터널증후군 설문조사(BCTQ)를 통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인한 통증 및 증상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침치료군의 경우 치료 3개월 후에도 증상 평가 점수가 25.1%로 유지됐다. 반면 대조군은 11.1%로 하락해 효과가 지속되지 않았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원인은 생활 습관에 있는 만큼 치료 후 손목에 부담을 주는 행동을 삼가는 것도 중요하다. 노트북 가방과 같이 무게가 있는 짐을 한 손으로 들면 손목에 과도한 부담이 누적될 수 있으므로 배낭 등의 형태로 무게를 분산시켜 운반하는 것이 좋다. 손목이 과도하게 꺾이지 않도록 하는 버티컬 마우스나 손목 받침대를 사용하는 것도 손목 건강에 도움이 된다.

벌써 1분기가 지나며 직장인들의 손과 손가락이 더욱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건강을 지키지 못하면 남은 2·3·4분기를 힘차게 나아갈 수 없다. 손목을 가볍게 돌려주는 스트레칭이나 온찜질을 하는 등 일상 속 손목 건강 관리에 힘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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