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성 수필가

이호성 수필가

[동양일보]오랜만에 제자들 몇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제자들을 만나게 된다니, 나도 또한 기쁨에 들떠 있었다.

시간이 되어 음식점에 도착하니, 제자 2명이 밖에 나와 나를 마중 나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제자들을 보니 반가움이 컸다.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니, 생소한 제자도 있었지만, 다 알아 볼 수 있는 제자들이었다. 제자들도 모두 환갑을 몇해 앞둔 제자들이니 제자들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제자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케이크도 준비하였다. 케이크에 불을 붙인 후 제자 1명이 대표하여 스승의 노래를 부르며, 다른 제자들도 따라 합창 하였다.

환갑이 다 되어가는 제자가 내 앞에서 스승의 노래를 부르니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참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의 은혜는 끝이 없어라!’

제자가 부르는 노래에 심취되어, 나는 과연 부끄러움 없는 스승의 길을 걸었는가도 되돌아 보아지게 된다.

우리는 흘러 간 그 세월을 되 짚어 보며, 술잔도 한잔, 두잔 오고 가게 되었다.

내 교직생활 41년 11개월 동안 별 탈 없이 정년을 마치고, 제자들을 대하고 보니 내가 살아 온 세월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대견한 마음도 든다. 첫 만남을 뒤로 하고, 그 제자들과 반창회를 약속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대전에 사는 한 제자는 내게 이런 말을 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6학년 때 선생님께서 급훈(학급에서의 생활 교훈)으로 ‘하나가 되자!’ ‘스스로 하자!’를 말씀하셨는데, 저는 지금 삼남매를 둔 엄마로써 아들과 딸 모든 가족들에게 그 급훈을 가훈으로 삼고 생활 하고 있어요.”

우리 학급 어린이들이 똘똘 뭉쳐 일사불란하게 좋은 길로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하나가 되자!’ ‘스스로 하자!’를 생활신조로 급훈으로 삼았었는데, 그 급훈을 가훈으로 삼고 있다는 그 제자의 말에 나는 많은 감명을 받았다.

내 비록 초등학교에서 일생을 몸 담아, 코흘리개 어린이들과 일상을 같이 하였지만, 지금에 와서 나는 후회하지 않고, 보람을 느낀다.

‘내가 다시 교직에 몸 담게 된다면, 불우한 환경 속에서 방황하는 제자들을 내 몸 같이 돌보고, 내 자녀로 알고, 혼불을 살려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야 되겠다’는 생각을 나는 해 보았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말이 왜 생겨 났는지 새삼 깨닫게 하는 오늘이며, 환갑 된 제자의 ‘스승의 노래’가 새삼 귓전에 울려 퍼진다.

지금 교직에서는 교권이 무너져 문제점이 제기되는 사건이 많아져 혼란스러운 점은 우리 사회 모두가 한번쯤 되돌아 볼 현재의 문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서산대사님의 말씀이 생각나는 스승의 날이다.

“눈 덮인 광야를 함부로 걷지 마라! 내가 남긴 오늘의 발자국은 훗날 뒷사람의 새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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