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우 청주자생한방병원 원장
[동양일보]‘스트레스’. 요즘 이 단어만큼 국민들과 밀접한 단어는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빼놓고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면 삶의 활력소로 활용할 수 있지만, 혼자 삯이고 억누른다면 신체와 정신 건강을 모두 잃을 수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화병이다. 화병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민간에서 쓰이는 정신건강과 관련된 질환명으로서 ‘울화병’의 준말이다. 즉 화병은 ‘화(火)’의 기운을 가진 분노가 쌓여서 생기는 증상이라 할 수 있다.
1995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화병’을 정신장애 편람에 그대로 표기하며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유교문화권 한국 사회의 특이한 민속증후군이라고 정의 내렸다. 특히 화병은 가부장적인 가정 형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중년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별을 불문하고 2030세대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화병 환자는 2015년 11만3703명에서 2019년 16만2630명으로 5년 새 약 43% 증가했다. 특히 20대 환자의 경우 77% 가량이나 늘었다.
한의학적으로 화병은 ‘상열하한(上熱下寒, 상체는 뜨겁고, 하체는 차가운 순환 장애)’ 증상이 뚜렷하다. 신체 윗부분은 가슴 답답함, 눈충혈, 이명, 두통 등이 생겨난다. 아랫부분에는 순환이 잘되지 않아 생기는 수족냉증, 허리∙무릎 통증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막힌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침과 뜸 치료를 실시한다. 또 한약을 통해 심장의 열을 내리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치료도 병행한다. 일례로 우황청심원의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과 아드레날린 분비를 각각 86.9%, 75.2%가량 억제해 뇌 손상을 예방했다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은 달라질 수 있지만 근본 치료를 위해서는 정신치료가 동반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화병은 참기만 해서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화병은 특성상 치료가 끝난 후에도 얼마든지 스트레스에 의해 재발할 수 있다. 그만큼 화병을 겪었던 이들은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인들의 대표적인 스트레스 관리법은 운동을 통해 쌓인 부정적인 감정들을 풀어내는 것이다. 이밖에 몰입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명상을 통해 화를 다스리는 방법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