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철 충남서북본부장
[동양일보 장인철 기자]한국전쟁 당시 우리 군·경이 집단 학살한 민간인 유골 60여구와 유품이 73년만에 참혹한 모습을 드러냈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서산시 갈산동 봉화산 교통호 유해 수습을 앞두고 30일 공개한 서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 유해 발굴 현장은 민간인 집단 학살 정황을 생생히 보여줬다.
유해는 인민군이 판 폭과 깊이 1m 이하인 좁은 교통호 안에 겹겹이 고꾸라져 있는 모습으로, 집단 학살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생생히 증언했다.
1950년 10월 초∼12월 말까지 서산·태안경찰서 소속 경찰과 해군에 의해 적법한 절차 없이 희생된 민간인들이다.
1기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당시 최소 30여 곳에서 이뤄진 집단 학살로 최소 1865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희생자로 확인된 사람은 절반(977명) 수준이다.
당시 16세로 현장을 목격한 유일한 생존자인 한광석(89)씨는 새벽 동틀 무렵이면 경찰이 손이 묶인 사람들을 차에 태우고 와서 빨래 널듯 세워놓고 총을 쏴 죽였다고 증언했다.
당시 12살이던 유형주(86)씨도 서산시 고북면에서 19살 둘째 형과 작은 아버지가 경찰에 체포돼 희생된 또 다른 집단학살지 상황을 증언했다.
경찰은 당시 집단 학살된 부역 혐의자들에 대한 신상을 기밀문서로 만들어 가족들까지 요시찰 대상으로 관리했다.
'주홍글씨'가 새겨진 가족들은 공무원 채용은 물론 군에 입대해서도 신원조회 때마다 불이익을 당했다.
육군사관학교에 합격하고도 신원조회에서 부역혐의자 후손이란 이유로 불합격 돼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손도 있다.
과거 국가폭력에 의한 통한의 역사를 재조명해 성공한 대한민국의 이정표를 세우는 과거사 정리는 더 속도를 내야한다.

